고양이는 휴가 중
지우펀 다음으로는 스펀이었다.
바로 풍등을 날리는 곳.
그리 끌리지 않았으나 친구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 대신 가는 셈이었다.
'예. 스. 진. 지' 네 곳 중에서 예류 지질 공원과 진과스는 통과.
지우펀이 위치한 루이팡에서 기차를 타면 스펀까지 갈 수 있는데
중간에 허우통이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은 양명산에서 만났던 대만 청년에게 추천받았던 '고양이 마을'.
잘은 모르겠고 그냥 '고양이가 많은 동네'정도로 한때 유명세를 타던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허우통은 기차에서 내리자 '이곳은 쇠락한 곳'이라는 게 바로 느껴졌다.
역사는 청소가 되어 있었지만 관리보수는 소홀한 거 같았다.
밖으로 나와보면 허우통 역은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형상이다.
한쪽으로 강이 흐르고 반대편으론 작은 마을이 있었다.
우선 고양이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마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간이 고양이가 보였다.
주인.. 아니, 집사를 둔 것처럼 보이는 녀석도, 길냥이로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얼마 둘러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은 ‘기대만큼’ 고양이가 많지 않다는 것.
고양이 마을이었음을 알려주는 상징물들에 비해서... 꼭 졸병보다 장교가 많은 것처럼.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관광객보다 적었다.
사람이 고양이들을 즐기는 게 아닌 고양이들이 자기들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로부터 호사를 누리고 있는 형국.
고양이가 적어져서 사람들이 적어진 건지
사람들이 줄어서 고양이도 떠난 건지... 마을은 딱히 고양이 마을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초라했다.
더 이상 고양이 마을이라고 불리기엔 민망했다.
관광지라고 하기에도, 그냥 시골마을이라고 하기에도 어중간한 곳이다.
그 청년은 왜 이런 곳을 추천해주었을까?
고양이 마을이었던 곳을 나와 다시 기찻길 건너로 넘어오니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강 위로 낡은 다리가 보였다.
다리...?
그럼 건너가 봐야지.
다리를 건너려면 3-4층 높이의 좁은 타워를 올라가야 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강물은 뿌옇고 한가로웠다.
지우펀도 그렇고... 이 지역도 탄광지역이었단다.
강 건너로 갱도를 드나들던 석탄 운반용 레일과 작은 궤도차량이 있다.
입장료를 내면 들어가거나 궤도 차를 탈 수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어차피 스펀 가는 길에 둘러보는 일정이었고 관리인도 보이지 않았으며 타고 싶지도 않았다.
허우통은 퇴색한 폐광촌이다.
그리고 퇴색한 고양이 마을.
한때 유명해져서 북적대던 곳이 다시 제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양이들도 호시절을 보낸 후 같다... 고 판단할 수 없는 건 내가 그들 입장이 아니기 때문.
기찻길 건너편으로 다리가 있고 강을 건너면 폐광촌.
이곳에도 고양이들이 있다.
지우펀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해 허기가 말도 못 했다.
기차역 근처에 몇 군데 식당이 있었고 그중 허름한 곳으로 들어가 주문을 했더니 허파가 들어간 국수가 나왔다.
대만 음식이 이렇게 별로라니...
그래도 억지로 먹었다.
허우통은 털도 빠진 데다 그나마 남은 것도 윤기 없는, 나이 들고 쇠약한 고양이 같았다.
꼭 기차역사처럼.
비수기의 평일은 고즈넉한 편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모를까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아니었다.
하긴 양명산을 올랐던 그날도 평일이었고 그 청년을 만났으니 그의 주관적인 취향이 담긴 추천이었으므로...
일맥상통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평일의 양명산이나 평일의 허우통이나.
하지만 콕 집어 허우통을 '평일에' 가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혹시, 성수기나 주말이면 사람들과 고양이로 북적거릴는지..
아무리 고양이가 많아도 사람도 많다면.., 차라리 이렇게 한적하고 나른한 허우통이 낫지.
그래.. 고양이는 평일에 휴가 중..이라고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