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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Feb 12. 2017

컨택트(Arrival)

이별이 언제나 서툴고 두려울지라도

*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 사진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어요.


영화는 딸을 잃고 혼자 살아가고 있는 루이스의 집, 어두운 거실 천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서서히 천정을 따라가다  커다란 거실의 통유리를 통해 창밖의 풍경이 보인다.

딸과 함께 할 순간의 풍경.

그 위로 '이 이야기는 너에 대한 이야기...'라는 루이스의 독백이 흐른다.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구 곳곳에 거대한 비행체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이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외계인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언어학자 루이스는 물리학자 이안과 팀이 되어 그들에게 다가가며 영화는 그 사이사이에 루이스와 그녀의 딸 한나와의 이야기를 회상처럼 보여준다.



구름이 물결치는 초원 위에 떠있는 거대한 물체가 바다 위로 솟구치는 고래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고래 울음소리 같은 게 음악인 듯 음향인 듯 메아리치며 울린다.

모르스 신호음 같은 음악도 더해진다.

모두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해 문자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언어를 알아간다.


대략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어떤 이론을 근거로, 외계인의 언어를 습득하며 루이스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회상인 줄 알았던 딸과의 추억이, 환상인 듯싶더니 어느새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로 변환된다.



'언어(형식)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주제는 영화 자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목은 첫머리나 도입부에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는 말미에 제목이 말 그대로 '도착'한다.

그렇게 영화의 끝은 또 다른 시작으로 순환되고 있다.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려운 그들의 언어처럼 영화 또한 시작과 끝이 모호하다.

시작은 끝이었고 끝은 또다시 시작이라는 순환적인 형식에 메시지를 잘 담아내었다.


조금 지루 할 수도 있지만 외계인에게 보호복을 벗고 다가간 루이스처럼, 영화에 다가간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뿐더러 많지는 않지만 SF영화다운 볼거리도 있다.

중력이 바뀌는 장면, 외계의 비행체가 세계 곳곳에 떠있는 풍광, 혼자 들어간 비행체 내부에 대한 눈부신 묘사와 중력을 거슬러 유영하는 루이스의 머릿결, 그리고 무엇보다 외계 문자를 알아가는 과정을 멋지게 구현했다.


원작은 '네 인생의 이야기'.

소설 속엔 거대한 비행체나 국가간의 갈등과 화합은 나오지 않는다.

뿌연 안갯속, 코끼리 다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손가락 같기도 한 형체의 외계인은, 

소설 속에서 좀 더 자세히 묘사되어있다.

몸체의 윗부분에 달린 눈은 다리(손)처럼 7개.

사방에 달린 눈 덕분에 앞, 뒤의 구분 또한 그들에게는 불필요한 요소이다.

영화보다 좀 더 루이스와 딸 한나, 아빠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제목을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Arrival'로 바꾼 이유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으며 형식적으로도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한 것이었다면

영화 말미에 나오는 'Arrival'이라는 묵직하고 커다란 타이틀 아래 '컨텍트'라고 제목을 바꾼 수입사, 또는 홍보사는 영화와 관객, 감독과 관객과의 소통에 서툴렀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Arrival을 컨텍트라고 자막을 넣은 꼴이 되었고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 정도는 나도 해석할 수 있는데.. 날 뭘로 보고...'





'아이를 갖고 싶어요?'는 소설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말이다.

다가올 기쁨인 동시에 떠나갈 슬픔을 그냥 받아들이는 루이스.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별하고 죽음에 이를 테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로 받아들이고 싶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류의 문구도 홀대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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