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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Jun 02. 2017

노 쑈

최현석 요리사 덕분에 '노 쑈'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예약을 해놓고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배송은 3시간 단위로 예약주문을 받는다.

10시~1시, 11시~2시... 이런 식으로 주문 예약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배송기사는 그 시간대에 맞춰 배달을 간다.

예전에는 2시간 단위였고, 처음에는 30분 단위로 배송이 되었었다.

30분 단위로 배송을 하게 되면 배송기사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3시간 단위 배송은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게 해주었지만

그런 이유로 배송 건수를 늘려버렸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상품들을 받기 위해 예약한 시간에 우리 기사들을 기다린다.

택배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를, 아니 주문한 상품들을 반긴다.


그런데 가끔 주문을 해놓고 고객이 부재중인 경우가 있다.

'노 쑈'는 식당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럴 경우 매뉴얼에는 우선 전화를 하고 통화가 되지 않으면

'부재중 주문 취소'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10분간 기다렸다가

그래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 상품을 회수하게 되어있다.

경비실에 맡기지 못하는 이유는 냉장식품과 냉동식품이 있기 때문.


그게 쌀과 물처럼 무거운 상품이라면, 게다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4,5층의 빌라라면 정말 맥이 빠진다.

다시 힘들게 상품을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이렇게 이해해주는 고객이라면 다행.

막무가내로 나중에 전화를 걸어 다시 갖다 달라고 하면 도리가 없다.

그게 4.5층 빌라인 데다가 물과 쌀이라면 정말 일하기 싫어진다.


'노 쑈'는 고객으로부터만 발생되지 않는다.

배송기사인 우리도 '노 쑈'를 발생시킨다.

한 집을 배송하고 나서 근처에 있는, 아직 예약시간대 전인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것.

약속시간을 어기고 아무 때나 방문했으니까 '애니타임 쑈'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일찍 왔다고 좋아하는 고객도 있지만 약속한 시간이 아니라고 언짢아하는 분들도 있다.


노쑈든 애니쑈든...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가 당연했으면 좋겠다.

나만 해도 '노 쑈'는 없어야 되는 것이지만 '애니 쑈'가 없으면 당장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다.  

이런 생각이나 의식은 정말 나타나지 않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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