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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May 07. 2017

로또

우리 구역엔 유명한 로또가게가 있다.

XX복권방.

저녁이면 평일에도 줄을 서는데 주말에 가까워질수록 그 줄이 길어질뿐더러 복권 구매를 위한 불법 주정차로 인해 단속반이 상주할 정도.



자동선택 복권을 미리 뽑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전국 방방곡곡으로 택배로 보내어지는 숫자도 어마어마하단다.

1등 당첨이 무려 삼십 번이 넘는다.

오죽하면 'XX라이벌 복권방'이라는 가게가 생길 정도.

그 집 사위가 로또를 맞은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다.


판매가 많이 되다 보니 당첨의 확률이 높은 건지 당첨이 많이 되다 보니 판매가 잘 되는 건지...

아마 처음에 1등 당첨을 배출했을 때 홍보를 잘해서 사람이 몰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시 많은 당첨자를 배출하게 되었을 것이다.

커다란 사거리의 모퉁이에 위치한 자리도 거들었을 테고.


사실 전국 어느 복권 판매점에서 사더라도 확률은 같을 것이다.

당첨될 사람은 당첨될 것이고 안될 사람은 안 될 것이고.


나는 로또와 인연이 없다.

번호 네 개가 맞아 50,000원을 받은 적이 한번 있었지만 나머지는 거의 꽝이었다.


만약 1등에 당첨된다면...  뭘 할까나.

당첨자들의 후일담을 취재한 방송을 보면 대부분이 원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내몰리는 경향이다.

돈 때문에 가족과 친지, 친구로부터 멀어지고, 사기를 당하고... 또 흥청망청 탕진하다가 피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당첨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단다.


그러니까... 나도 당첨이 된다면 사실을 숨겨야겠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로또 1등을 맞고 그 사실을 숨긴 채 배달을 다니고 있는 거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만 알고 있는 거야.

내 통장엔 수십억이 있다고..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수십억이...


아, 정말 내가 그럴 수 있을지 1등 한 번만 맞아봤으면 좋겠는데

점점 복권에 대한 희망이나 욕망도 시들해지고 있다.

그리고 복권을 사기 위해 XX복권방 앞에 줄까지 서면서 기다리지는 못하겠다.

그 사람들처럼 절실하지 않거나, 줄서서 기다릴만큼 인내심이 없거나, 아니면 복권살 돈도 아까워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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