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투 Apr 09. 2017

닭과 달걀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

무심코 배달을 가다가 보니 바구니에 손질된 닭과 달걀이 담겨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치틴집엔 닭이,

갈빗집에는 황소가,

오리고깃집에는 오리가,

삼겹살집과 족발집에는 돼지가...

심지어

횟집에는 물고기가 주방장 모자를 쓰고서는

날 보고 웃으며 손짓을 한다. 


당연한 듯하면서도 뭔가 이상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동족 살육의 잔인한 폭력이 숨어있었던 것. 

그나마 보신탕집 간판에 멍멍이 캐릭터가 없는 이유는

혐오감 섞인 시선을 염려해서인지, 일말의 양심 때문인지

아니면 선한 본성 때문인지..   


한 바구니에 나란히 놓여있는 닭과 달걀을 보면서 가졌던 그 느낌이

분명 그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냥 무뎌지지 않기를 바래보았다.


아니, 이젠 그냥 무뎌져도 괜찮지 않을까.




예전에 미술수업 중

아무 생각 없이, 아니 고심 끝에 만들었던 엽서를 보니

나도 공범이자 피해자.

이건 잔인함을 뛰어넘어 엽기다. 



      

이전 08화 라이트를 켜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