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송 구역엔 아파트 단지가 많다.
아마 전체 가구수의 60~70% 정도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골목에 있는 일반주택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보다는 아파트가 배송하기에 더 편리하기는 하다.
하지만 점검 중이거나 고장 난 엘리베이터라도 만나게 되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예정에 없던 점검이나 고장은 우리를 괴롭힌다.
주문자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했으므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5층 이상의 고층이라면 양해를 구하고 경비실에 맡기거나 정상운행이 될 때까지 배달을 미루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은 배려를 해주신다.
그런데 승강기 교체공사.
승강기 교체 공사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한 달 이상 사용을 할 수 없게 된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라도 결정되면
'경축! 승강기 교체공사'현수막이, 무슨 '올림픽 금메달...'같은 느낌으로 아파트 외벽을 장식한다.
얼마 전에도 점포 인근의 아파트에서 교체공사가 시작되었다.
한동에 1호부터 6호 라인까지 있는 15층짜리 아파트.
각 동마다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3대.
이런 경우 중간 것은 놔두고 양쪽의 두대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옥상을 통하면 연결되어 있으니 1,2,5,6호 라인의 고층 거주자들은 공사기간 중엔 가운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을 이용하게 된다.
그 아파트의 단골 주문 고객은 7층에 산다.
적지 않은 물건들을 자주 주문하곤 했지만 친절한 사람들이라 기사들도 싫어하지 않는 고객이다.
7층은 애매한 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기에도,
계단으로 올라가기에도 어정쩡한 층이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고부터는 주문 빈도가 줄었다.
주문량도 줄어 비닐봉지 한 개에 충분히 담길만한, 부담 없는 정도.
그냥 수많은 친절한 사람들 중 하나인 줄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들은 많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었던가.
그런데...
평소에 주문이 없던 그 동의 9층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옥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15층에서 옥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해야 하고
또다시 6층이나 되는 계단을 들고 날라야 된다.
우리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고객은 적지 않은 양을 자주 주문해 우리를 괴롭혔다.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가...
아마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문도 넣지 않겠지 싶다.
승강기 교체공사 때문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본다.
공사기간 중 가장 불편한 사람들은 고층 거주자 들일 것이다.
'경축' 승강기 교체공사.
누구를 위한 '경축'일까.
그게 공사업체 업주인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