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 본능 [歸巢本能]을 다음에서 검색해보면
'동물이 자기 서식 장소나 둥지 혹은 태어난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이라고 나온다.
주변에서 가끔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술에 취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떠보니 집이더라는...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경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조금만 다시 해보면 금방 예전처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경우, '몸이 기억한다'라고 말한다.
5년 동안 한 점포에서 일하다 보니 우리 구역은 정말 내 손바닥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하긴, 자기 손바닥의 손금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테지만... 어쨌든 우리 구역은 구석구석 골목은 물론 뒷길까지 훤하게 꿰고 있다.
출근을 하면
1. 준비된 물건들을 차에 싣고
2.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고
3. 배송지의 주소를 확인하고 출발
4. 운전을 해서
5.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시동을 끄고
6. 적재함을 열어 배달할 물건을 내린다.
그런데 종종 물건을 내린 다음에
'내가 어디를 온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4,5번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길을 찾아서 우 회전도 하고, 좌 회전도 하고, 신호대기도 하면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왔건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심지어는 물건을 끌고 가서 주문한 고객의 집 앞에까지 가서야
'도대체 내가 어디를 온 거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내가 '입력된 주소를 찾아 운전을 하고 물건을 찾아 구루마(핸들 카)에 실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수를 찾은 뒤' 비로소 나의 의지로 초인종을 누르는 것.
이걸 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몸이 기억한다고 해야 하나.
전자인지 후자인지, 아니면 두 가지가 뒤섞인 것인지 생각해보는데 마음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목소리.
"야 그거 병이야 병..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