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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Jan 06. 2017

살라 박

다른 점포에 계신다고 말로만 들었던 '살라 박'기사님.

찰리 박도, 사라 박도 아닌 '살라 박'이다.


덤벙거리는 편이라, 나는 일을 하면서 상품들을 많이 파손시키는 편이다.

5년이 다 되어가건만 며칠 전에도 쌈무를 터트렸었고 어제는 시금치 봉지를 터트렸다.

나의 파손 목록을 보면 병에 든 음료수, 두부, 수박, 무, 쌀포대, 메추리알...

누군가는 메추리알을 깬 날 보고 '어떻게 메추리알을 깰 수가 있어?'라며 의아해했다.

하긴, 투명한 플라스틱 포장용기에 담긴 메추리알은 의외로 잘 깨지지 않는 품목이다.

우리 점포 기사님들 중에도 그걸 깨신 분은 아무도 없다.

장조림이나 식당의 밑반찬으로 나오는 메추리알.

그 작은 얼룩무늬의 알 속에도 노오란 노른자와 투명한 흰자(익혀야 하얘지는데...)가 담겨있음을 직접 확인하고야 말았다.

작아서 그래선지 노란색이 더 노~래 보였었다.


파손 목록의 1위는 달걀이다.

떨어뜨려 깨고, 눌러 깨고, 찍어서 깨고...

하도 깨다 보니 달걀이 깨졌다는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의례히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나중엔 고객이 깬 것까지도 내게 누명이 씌어졌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달걀을 깬다면 고객의 불만이 장난이 아니다.

힘들게 겨우 한판을 주문했는데, 파손되면 재배송해 줄 달걀이 없기 때문.


'찰리 박'도 아니고 '사라 박'도 아닌'살라 박'이 뭐지 했었는데...

미국식 말고 우리식으로 이름을 불러보고는 많은 위안이 되었다.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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