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씹고 추억을 뜯기 좋은 날
그대가 언젠가 앉았던 자리
거닐던 거리
그 앞에 가로등 벤치
그래도 있을지도 모를
그대의 온기를 느끼려
혹시나 닮은 사람이 있지나 않을까
주변을 둘러 본다
따스한 커피에 한기를 달래는 누군가는
흘깃 쳐다보고 제 갈길을 떠나버린다.
덩그라니 혼자 남은 긴 의자 사이지만
그대라는 흔적에 외롭지는 않다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자꾸
엉덩이를 밀어내고
희뿌연 구름들이 달빛을 가린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 밤이라
버티고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