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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Jan 03. 2017

전화를 걸다

안거니만 못한


여보세요.

어? 왜?


그냥 문득 보고 싶어서.

잉?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안되나?

뭐래니?


길을 걷다가 어정쩡한 머리의 누군가가 지나면 생각나고, 밥을 먹다가 좋아하는 전골국물에도 생각나고, 징그럽다던 곱창을 보면 생각나고,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자꾸 생각나는 데, 이게 보고 싶은거지.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안되나?

...


여보세요? 듣고 있어?

응...


자꾸 피하기만 하고 난 자꾸 보채기만 하고, 우리 사이는 뭘까?

좋은 친구 한다며. 왜 자꾸 그래~~~


그래, 좋은 친구. 아주 좋은.. 친구. 난 그것밖에는 안되는 거구나. 하긴 무얼 바라냐. 너처럼 예쁘고 상냥한 사람에게 나란 사람은 과분하지.

왜 그래. 자꾸 속상하게.


미안해. 자꾸 이래서.. 이러면 안되는 걸 아는데 기분이 좀 그럴 때가 있어. 아닌 거 아는데도.. 참 이상하지? 미안해. 잘 자.

그래 너두 잘 자. 기운내고~~~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그런데도 붙잡고 있는 미련함.
이걸 난 순애보라 부르고 싶겠지.
그래도 그리워할 사람이 있어 다행일 때가 가끔 있다. 분위기 있는 밤.
달빛이 어스름 질 때.
혼자서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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