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an(2017)
스포일러가 약간 있다. 그래서 일찍 봤는데 일부러 늦게 포스팅한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살며시 뒤로 가는게 맞는 듯. 그게 이 영화를 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살짝 당황스러워야 맛이 난다.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상관없고.
3월의 뻐적지근함을 날려버릴 영화로 선택한 슈퍼 히어로 무비. 엑스맨의 명성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게 되었다. 청불이라는 타이틀은 왠지 오싹하고 거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오히려 신선했다. 그런데, 왠일. 시작이 되자마자 우리의 울버린이 상태가 꽤나 안 좋다. 잔인함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기에는 왠지 서글픈 액션신이다. 당황스러움이 당혹스러움으로 바뀐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요즘 안 봤더니 이런 실수를. 그치만 어쩔 것인가? 모처럼 찾은 영화관에서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처음은 이렇지만 나중엔.. 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계속 우울해 졌다. 우리의 프로페서 X 교수님. 모처럼 뵈었는데 많이 늙으셨더라. 하지만 역시 울버린의 모습만큼만은 아니었던 듯.
영화는 중반에 로라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좀 더 화끈해 진다. 울버린이 행동하는 개연성을 갖게 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손끝에 날카로운 칼날을 빼어든다.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액션은 잔인하게 날카로웠고 처절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더라. 슈퍼 히어로를 현실에서 만난다면 결국 이래 될 듯 하다. 그래서 참 슬펐다. 현실을 잊기 위해 찾은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다시 현실을 찾다니.
뮤턴트라는 돌연변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일반인의 입장, 그리고 그 강력한 힘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내가 슈퍼 히어로가 아니니..) 그러한 일반인의 욕망이 오히려 슈퍼히어로의 능력들보다 더 무섭다는 (무서울 거라는) 면이 가슴 아프다. 핵무기가 처음에 이런 의도로 개발되지 않은 것처럼.
그나저나 이번 영화의 포스터는 참 잘 만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손에 날카로운 칼날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섬뜩함과 따스함이 다 넘쳐 흐른 이 포스터를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다. 슈퍼히어로물을 보고 훌쩍거리는 나를. 이 영화 왜 슬프다고 이야기를 안 해줬던 건지! (부산행도 그렇고. 좀비도 왜 나를 울리는데!) 어쩌면 부성애가 나를 울렸을지 모르겠다. 모든 아빠들은 수퍼히어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