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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May 08. 2017

접촉이 아닌 도착 - 컨택트가 뭔지

Arrival (2016) - 한국개봉은 컨택트 (2017)


역시 스포일러 주의. 이걸 피해서 글을 쓰기가 영 어렵다. 내공이 부족한 탓.


가끔 작품을 평가할 때 나는 감독늘 눈여겨 보곤 한다. 한때 심취했던(?) 영화잡지 로드쇼를 보다 키노(KINO)로 갈아타고는 거기서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그 작가주의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난척하고 싶은 마음일수도. 뭐 누구나 어렸을때 그러고 싶은 적이 있지 않은지) 어쨌든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의 일관된 리듬을 보면 그 영화가 잘 보일때가 많다. 영화를 연출하는 건 감독 아니던가?


그런데 이 감독 무지 유명한 듯 한데 처음 접한다. 필모그래피도 꽤나 유명한 영화(상 받은 작품들)를 찍었던데 당최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히어로물만 봤던 것 같다. 그래 작가주의 영화고 뭐고 개뿔. 오직 신나는 게 좋아! (그나저나 차기작이 블레이드 러너라니. 헐.)


그런데 이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인터스텔라와 이 영화를 잠시 헷갈렸던거다. OCN에서 인터스텔라를 하고 있어서 내가 보고 있는게 그건가 보다 했다. 이상한 동그라미가 나오고 꼴뚜기들니 나와서 신기하기는 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내가 참 많은 부분을 놓쳤군 하면서 비몽사몽간에 보다 졸다 그러다가 앞부분이 대충 지나갔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눈에 익는다. 잉? 호크 아이인 제레미 레너? 게다가 슈퍼맨의 연인인 제이미 아담스라니. 그러고 보니 포레스트 휘태커가 나왔더라. 우주복을 쓰고 있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는 전혀 다른 영화를 착각하고 보고 있었다. 된장.


다시 앞으로 돌려 보기엔 늦었고 집중을 하기로 했다. 언어학자 이야기며 외계인과 대화하려는 시도, 그리고 외계인과 싸우려는 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방식인데도 참 답답하기는 하다. 하긴 저러다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는 외계인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팀버튼의 화성침공이 가장 압권이었지.


그런데 영화가 요상하다. 아이가 나오는데 현실과 환상이 교차된다. 여자 주인공만 이러한 현상을 겪는 듯. 그리고 그것은 표의문자인 이상한 동그라미 문자를 이해할 때 겪는 현상인 듯 싶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 순간적으로 몰입이 되고 말았다. 무얼 이야기하는지 얼핏 느꼈다. 이건 시간에 관한 영화이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시간이 선형적이 아니라는 말. 그들이 전해준 원모양의 문자처럼 모두가 하나일 수 있다는 것.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살아가지만 미래는 늘 불안한 우리. 미래를 안다면 과거가, 아니 현재가 행복할 수 있을까?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불행을 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서 그것을 바꾸는 일은 행복한 일일까? 현재를 그냥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주인공만 그걸 느끼는 걸 보니 그 언어를 이해할 때 겪는 현상인 듯 하다. 그 언어를 전해준 꼴뚜기(?)들은 인류에게 선물을 준 거다. 무기가 아닌. 그리고 그 선물은 다시 그들에게도 돌아갈지도 모른다. 삼천년 후에. (그 때 속편이 나오려나?)


인터스텔라가 꽤나 이과적인 영화라면 이 영화는 괘나 감성적인 영화라고나 할까? 같은 SF영화인데도 표현하는 방법이 참 다르다. 하지만 모두 다 시간과 사랑을 표현하는 건 모두 같지. 개인적으로는 난 이 영화의 끝이 좋다. 뻔한 미래이지만 그 미래를 선택하는 주인공. 운명이 아닌  모든 걸 감내하는 선택. 그래 쿨해서 멋졌어.


영화 제목이 우리 나라에서 컨택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더라. 하지만 원제는 Arrival. 외계인이 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을 텐데 그냥 접촉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목적을 가지고 왔으니 도착한 거지. 그리고 목적을 이루고 떠난 가고. 그들은 단순한 접촉을 하기 위한이 아니었다. 그치만 그것도 접촉해서야만 알 수 있으므로 전혀 상관없는 제목은 아니었던 듯 하다. 다만 아주 유명한 영화가 이미 있었던게 문제지. 쩝. 동명이인이야 어쩔 수 없지만 비슷한 소재에 분위기의 영화인데도 고집했던 건 제목표절이 아니었던가? 흥행을 기대하는 너무나 의도적인.


어찌되었건 모처럼 인상적인 영화를 보았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영화. 음 이런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 가서 봤어야 한다. 좀 더 집중했으면 더 좋았겠지. 이 영화의 진가를 영화관에 걸려 있을 적에 알았어야 했는데. 진가를 알려면 많이 시도해봐야 하건만 나는 그 시간을 아깝다고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곳에서 다른 것들의 진가를 찾고 있으니 후회는 안 하련다. 고작 영화 한 편 보고 끄적이는 주제에 별걸 다!


아카데미의 후광을 얻고자 하는 강력한 의도의 카피!
매우 신선한 우주선 모습. 월병인가? 호떡인가? 여기서 이름은 셀. 우린 UFO.
꼴뚜기(?) 외계인. 그리고 표의문자. 뭐 처음보자마자 생각난 단어가 그것일뿐. 너무 뭐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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