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ngers (2016)
가오갤의 스타로드가 나온다. 헝거게임의 캣니스도 나온다. 게다가 우주이고 미래사회이다. 무언가 신선할 것만 같은 조합이다. 그런데..
스포일러 조심. 실시간 감상 중.
시작은 근사했다. 120년을 가야 도착하는 우주 식민지로의 여행에서 30년만에 깨어 났다. 혼자다. 도착할 때까지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래도 그가 일어난 이유가 있겠지.
그런데 초반은 로빈슨 크루소다. 마음대로 우주선을 돌아다니지만 할 수 있는건 제한되어 있다. 먹을 것도 등급이 있다는 슬픈 사실. 그래 자본주의 사회가 어디 가겠나?
친구가 필요하다. 극심한 외로움을 달래줄. 그래서 우리의 스타 로드는 엄청난 일을 하고 만다. 그게 정당한가 아닌가의 문제는 후반부에 나올려나? 나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데. 그 선택의 순간. 정말 많이 고민할 것 같고, 그 선택의 최종지점이 누구라도 그와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두 사람의 직업이 독특하다. 남자는 엔지니어, 여자는 작가. 독특한 건 엔지니어가 우주에서 거의 농부와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정보 사회이기에 갖는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그에 반해 작가는.. 그치만 역사를 기록하고 후손에게 물려주지.
중간에 보다보니 모피어스가 나온다. 왜 이들이 깨어났는지를 (물론 그것도 아주 우연한 이유였지만) 알려 준다. 해결해야 할 미션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했었다. 그 때의 선택이란.
우주선이라는 장소에서 인간이 갖는 선택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 요즘 하도 반전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영화들을 봐서 그런지 순하고, 아름다워서 힐링되는 느낌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선택했을 당연한 인간에 대한 연민.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아름다웠다고 말해 주고 싶다.
예상외로 배우들은 고작 4사람. 두 주인공 빼면 모피어스와 안드로이드. 두 주연배우의 모습 연기는 역시나 좋았다. 스타 로드의 인간적인 모습이 참 좋았다고나 할까? 모피어스는 정말 나이 많이 먹었더라. 매트릭스의 그 카리스마가 얼핏 보이기도 하더라.
물질적인 풍요가 보장된 곳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둘이 살아가는 것은 왠지 가능할 것도 같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귀양을 보내는 형벌은 혼자서 살아야만 하는 참 잔인한 형벌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그치만 흥행이 안 된 이유도 알 것만 같은 이야기. 예고편이 무슨 SF미스테리 처럼 그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결과는 비슷했겠지? 우주의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가 요즘 이 각박한 시대에 어울릴리가 없으니. 그치만 막상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은 원래 따스하다는 걸 믿고 싶은 그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