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벗 May 28. 2017

캐리비안의 해적 5 : 스패로우도 말이 없다

Dead Men Tell No Tails (2017)

주말 아침을 또 다시 오락 영화에 바쳤다. 캐리비안의 해적. 2003년부터 쭉 보고 있으나 3편에서 끝났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던 영화인데, 4편도 넘어 5편이 나왔다. 그래도 5편에서는 반가운 사람들도 나와서 4편보다는 좀 좋더라. 그렇지만, 안타까움이 더 많다. 아쉬움에 가득한 영화평. 역시나 스포일러 있을지 모르니 조심조심

喜

잭 스패로우의 패션이나 찌질한 모습들은 역시나 너무 좋다. 나쁜 넘들의 스타일리쉬한 CG도 마음에 들었고. 몇가지 장면들이 머리 속에 남는데 살라자르 선장이 이끄는 배가 다른 해적선과 싸울 때 잡아 먹는 듯한 장면연출은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배의 구조물이 마치 뼈대처럼 표현한 부분이 독특했다.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줬다고 할까? 하비에르 바르뎀의 남성적인 매력은 훌륭하지만, 이전의 데비 존스에 비하면 압도적인 카리스마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늘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설정은 꽤나 훌륭하더라. 따귀소녀 같은 귀여움도 조금 묻어나고.

怒

이번 영화에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느꼈던 그 반칙과 이합집산의 술수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 해적의 묘미는 약간 멍청해 보이지만 의리라는 것을 위해 괜한 목숨을 거는 것. 그래서 그 의리 혹은 정의를 어떻게 조정하고 설득하는 가가 영화의 재미를 상당히 담당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예전, 세 명의 주인공이 재미있었던 거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잭도 그렇고, 여자도, 터너도 그렇고 흔들리지 않는다. 여자나 터너는 원래 그런 캐릭이지만, 잭까지 그럴수가. 원래 이 사람들이 앞장서서 사람들을 선동(?)해야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철저히 조연에 머문다. 바르보사가 그 역할을 할 줄 알았더니만 무기력하기만 하다. 살라자르 선생이 너무 강한거야. 그렇다고 삼지창을 가지려는 강력한 동기도 없고, 마음도 없고. 그래서 이 영화는 정말 망했다. (철저한 주관적인 관점에서) 캐릭터를 너무 죽여버렸어.

哀

요즘 디즈니 영화의 트랜드인 듯. 가오갤2에서도 느낀 거지만 자꾸 헐리우드 영화에 우리 나라 영화 감성이 엿보인다. 가족영화의 대명사였던 디즈니라서 더 그런거에 민감한건가? 혹은 단짠단짠처럼 양념을 넣는게 유행인가? 뭐, 스토리 상으로 살짝 찡했다. 그리고 애정하는 캐릭터가 없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가오갤2에서는 우주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니 다시 나타나지 못하겠지만, 여기에서는 6편에서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살짝 든다. 해적의 시대인데 뭔들 안되겠는가?

樂

가장 즐거웠던 신은 길로틴이 자이로드롭처럼 내려왔다 올라갔다 했을 때였다. 죽음의 순간이 교차하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웃긴지. 카메라의 방향도 절묘해서 지금 다시 떠올려도 웃음만 나온다. 초반의 금고 털 때의 스펙터클도 볼 거리였다. 커다란 바퀴에서 계속 굴러다녔던 예전 장면과 오버랩되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왁자지껄함이 좋았다. 문제는 이거 외에는 그닥 즐거운 난장판이 없었다는게 함정.

總坪 : 그래도 4편 보다는!

낯선 조류는 정말 낯선 조류에 갇혀 버렸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흐름에는 잘 올라탔다. 3편 다음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만큼 연계를 보여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죽은 자만 말이 없는게 아니라 잭도 입을 닫아버려서 그 유쾌함이 적었다는 점이 흠이랄까? 인물들의 케미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낮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을 보고 싶다면 당연히 봐야지!

이 영화를 보면 늘 원피스와 비교한다. 해적을 소재로 한 영화 자체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 영화도 많은 편견들 속에 결국 흥행했으니 5편이나 나왔지) 이 정도의 퀄리티라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지, 슬슬 비슷비슷한 전투신들 속에 새로운 아이템들을 발굴해 내는 원피스처럼 진화해야 하는지. 새로운 선원을 모집하듯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상황을 넣어야 원피스처럼 20년 가까이 롱런할텐데 하는 걱정반 기대반. 어쨌든 영화는 끝날때 쿠키영상 하나를 투척하였다. 집게발, 따개비. 그래서 뭐! 4에서 나왔던 쿠키영상이 5에 이어졌는가? 차라리 원피스처럼 미지의 해적섬에 차라리 가버렷! 완전 환타지로 빠지는 것도 한 방법일 듯. (단 흥행은 장담 못하지.)

5의 악역들. 뻥뚫린 부분이나 갈라진 부분이 인상적이다. 바람머리도!

하지만 데비존스는 못 따라오지. 그 패거리들. ㅎㅎ

쿠키영상 모음집 - 언제 짤릴 지 모름 (4편까지)

https://youtu.be/rQziUXFLmsA

다음 편을 감히 예상해 보건데, 음 막판에 나온 집게발과 따개비를 데비존스 혹은 터너의 아버지로 예상한다. 분명 바다의 저주는 끝났다고 하지만, 그 저주가 미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특히나 저 세상으로 가신 또 한 분(!)을 끄집어 내기 위해선 반드시 저 세상을 한 번 더 논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무언가 중요배역일 것 같았던 그 요상한 마녀는 왜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없어진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