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벗 Aug 02. 2017

그 섬에서, 나라면

군함도 (2017)


모처럼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마블 영화가 아닌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게 얼마만인지. 영화관을 가자고 생각하고 볼만한 영화를 고르니 슈퍼배드3과 군함도 밖에는 없더라. 아이들이 너무 많을 관람환경을 생각하면 군함도를 고를 수 밖에. 슈퍼배드3는 자막판으로 밤 늦게 봐야 제 맛이다.


솔직히 이런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일제의 참상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다시 본다는게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상상이 되는 잔혹함. 어느 고어물이 이렇게 잔인할까? 게다가 그게 실화인걸 아는데. 너무나 실감나서 되도록 이런 영화는 피한다. 차라리 좀비나 귀신이 낫지. 그래도 이 영화는 봐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좀 더 내 마음을 움직였다.


초반에는 역시나 예상대로. 눈을 뜨기가 소리를 듣기가 그 다음을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들에서 인간은 없었다. 온갖 명목으로 월급 공제하는 부분은 왜 그리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모티브로 작화했다는 초반부의 자막이 계속 울린다. 중후반에 그 역사적 사실이 판타지로 (내 관점에서) 바뀌는 부분에서 작가나 연출가는 꽤나 고민했겠다 생각했다.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니니까, 극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야 하니까, 결국 영웅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신파적인 부분도 들어가야 하는게 아닌가. 류승완 감독이라면 결국 액션으로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그럼 의미에서 신파적인 연출이고 뭐고 나는 다 좋았다. 특히나 소지섭이 목욕탕에서 한 액션신은 좋았다. 처절함이 느껴져서. 그 또한 오야붕이었던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을테니.


살아가는 방식이 처절했던 건 악단의 악장도 마찬가지. 딸을 위해서 자신의 악단을 위해서 그는 열심히 살아간다. 물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노무계의 조선 앞잡이는 어떠한가? 소장을 대신한 부소장은 어떠한가?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다. 문제는 그게 가해자의 위치인지 피해자의 위치인지에 있겠지.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얼마나 따르고 있느냐에 있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참 단순하다. 내가 믿는 가치가 과연 정당한지 올곶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보에 휘둘리고 우매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중심을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을 그 토굴 속에서 봤다. 군중심리의 무서움. 어찌보면 파국으로 갈수도 있는 그 자리였는데 다행히 결정적 증거로 해결된다. 현실에서는? 모르겠다.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에 온갖 정보들이 떠다니지만 사람들은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게다가 그 정보 또한 진짜와 가짜가 산재되어 있으니 모두가 가짜인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 선택은 여전히 어려울 수 밖에.


많이 봤던 장면이지만 찡하다. 절박하기도 하고.


꽤나 무거운 주제에 고민하면서 봤던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저리 휘둘릴까? 뭉쳐야할 상황에서 왜 저리할까? 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나라면? 그 시대의 아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현실이 그 때랑 많이 다른다? 절박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군함도의 평점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역사를 보고 싶은 사람은 그 부족함에 낮게 주고, 지나친 애국심때문에 낮게 주고, 신파나 뻔한 액션때문에 낮게 주고.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단 보고 나서 판단했으면 좋겠다. 국제시장의 안타까움이나 인천상륙작전에서의 절박함이 왜 군함도에서는 없다고 생각할까? 보지 않았다면 그 입은 다무는게 맞겠지.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야 입이 아프고, 눈에 띄었던 두 배우. 한 명은 부산행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아역이다. 김수안양. 말없는 무뚝뚝한 아이를 연기했는데 이 영화에선 표정도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극을 이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여배우이다.


오랫동안 기억 남았던. 그 손에 쥐어진 게 무엇인즐 알고...
아버지라서, 딸이라서 선택할 수 밖에 앖는 운명

그리고 또 한 명, 악역 김민재씨. 뭐 조선인 중에 저런 사람 없었을까? 누구도 맡기 싫어할 역할을 잘 소화했다. 정말 소지섭이 말한 대로 이불처럼 접어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얼굴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다. 베테랑이었었나? 거기서도 형사역할이었는데 진짜 형사를 캐스팅한 줄 알았었다. 약간 어설펐다고 느꼈는데 그게 연기일 줄이야. 꽤나 많은 필모그래피가 있더라. 그래 이 분도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겠지.


소지섭 뒤에 째려보고 있는 사람
스틸컷이라는데.. 인터뷰 자료에서 찾음

하시마 섬,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단다. 다행히 한국인 강제징용사실을 기재하고 알리라고 했단다. 올해 말까지가 시한인 듯 한데, 지켜봐야지. 누군가의 아픔이지만 누군가의 유산이 되는 아이러니. 그걸 인정한다면 적어도 그 속에 있는 사실, 진실들을 널리 알려야 하는 건 후손의 몫인 듯 싶다. 진실을 계속 덮는다고 덮힐까? 하시마섬, 군함도는 강제로 징용되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죽었던 피의 섬, 일본제국주의의 참상을 널리 알릴 문화유산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길!


작가의 이전글 임금님, 너무 나가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