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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Aug 09. 2017

세미원, 연꽃에 취하다

여름 아침 산책으로 제 맛

세미원에서 연꽃 축제를 한다는데, 그 연꽃을 보러 봄, 가을, 겨울에만 보러 갔던 나는 드디어 한여름에 그 곳을 산책해볼 결심을 하였다. 개장이 7시부터라는 반가운 소식. 야간개장도 있다지만 밤 늦게 운전하고 싶지 않은터라 시원한 아침 시간을 택하였다.


서울 서쪽부터 두물머리까지 한 시간도 안 걸린다. 휴일 아침은 그래서 여유롭나 보다. 시간이야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차이나겠지만 그 여유로움은 아침잠 한 시간의 달콤함과 바꿀만 하다. 게다가 그 날은 약간 흐려서 강한 햇빛에 덜 시달릴 수 있는 최적의 날!


역시나 세미원은 사람도 없이 한가하다.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 손과 발 치일 걱정도 없고, 사진을 찍으려고 두리번 거리지 않아서 좋다. 몇몇 분들이 대포같은 사진기로 명당자리를 잡고 노려 보고는 계시지만 지천에 깔린게 연꽃이니 굳이 눈싸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 마음이 여유로우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세미원 입구. 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건가? 어쨌든 참 물 많고, 맑은 곳이다.
빅토리아 연꽃이 있는 곳. 여기가 포토존인 듯 하다.
시흥시에도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가 훨씬 컸다. 고 순간적으로 비교하고 말았다. 결국 꽃일 뿐인데.

연꽃들이 많다. 철이 아닐 때 왔을때는 조금 을씨년 스러운 모습만 봤는데 역시나 꽃이 필 때 왔어야 했나 보다. 아니 좀 더 일찍 왔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도 살짝 든다. 다음엔 7월 말에 한 번 와 봐야지.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빅토리아 연꽃이 개화했다고 씌여져 있어 기대가 컸다. 너무 컸나 보다. 결국 꽃은 꽃인건데. 잎이 무지하게 큰데 주변에 다른 연꽃들이 없는 건 생육환경 특성인지 아니면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멋지다기 보다 좀 외로워 보이더라.


배다리. 이거 만들 때 와서 봤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왔나 보다.


멀리서 볼 땐 움직임이 없었는데 걸어가 보니 제법 흔들림이 느껴진다. 바람이 좀 불어서 그랬나? 재미있는 경험이다. 인천에 있는 배다리라는 곳도 이런 것이 있었을까? 그 동네에서 종종 놀았는데도 그 시절에는 참 관심도 없었다. 지금도 도깨비에서 나오니 생기는 관심일 뿐이지.


'방'처럼 쓴 것은 아마도 의도된 것이겠지. 재미있다. 나름.
이왕 재미있게 하는 거 이것도 해 주지. 아니면 햇볓에 없어진 저 부분들 복원이라도 해 놓던지.

남이섬이 컨셉을 가지고 관광의 재미를 살렸던데 이 곳도 그런 노력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다리 안내문처럼 민속촌의 느낌도 나쁘지 않던데. 그러지 않아도 관광객이 너무 많은가? 볼거리도 많도 풍경도 좋고.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 우산 하나를 같이 쓴 연인들이 걸으면 참 좋뎄다 싶다. 그들도 그런 여유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의 산책길이 더 어울릴 지도. 나는 그 중간에 끼어 버렸는데, 이제는 노부부의 길로 가야할 듯 하다. 아, 흘러간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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