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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Nov 18. 2017

그런데, 암튼

싫은건 싫은 거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불쑥 화제를 돌리는 말 한마디가 못내 아쉽다. 그 이야기는 내게는 개연성이 있었고, 더 길게 하고 싶었으며 어찌하다보면 내 마음을 고백하는 실타래가 풀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암튼


내 말을 그렇게 잘라버린건 다양한 의도가 있었으리라. 더 이상의 감정소모를 하기 싫다는 완곡한 거부의 표현일수도 있고, 딱히 할 말이 없어 정리를 해야 하는 아무 말일 수도. 어느 것이나 나에게는 ‘이제 그만’이다. 나는 저 멀리 멀어지고 대화는 끊어지고 본의 아니게 멈춰지고 이내 끊어진다.


그렇게 끊긴 대화는 다시 잇기가 어렵다. 새로운 계기와 새로운 기회가 필요하건만 그런 건 시간과 인연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운이 좋게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길에서 마주치거나 하는 상황이 나오면 우습지. 그것도 서로가 감정적으로 메말라서 누군가를 갈구하게 되어 이어질 때면 기가 막히지. 뭐 사람들이 그런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대리만족이라도 하니까.


암튼, 싫다


늦은 밤, 오롯이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끼어든 저 말은 참 가슴이 아프다. 그대의 말 못할 처지를 상상해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보다 덜컥 내려앉은 나의 마음을 챙기기에 분주하다. 암튼이란 말이 암튼 싫다.


이야기를 많이 이어나갈 줄 알았더니 쓸 말들이 떨어졌다. 그럴 땐 나도 쓸 수 밖에 없겠네.


암튼, 결국엔 같이 더 있고 싶다는 거다


그 어떤 시간이라도. 당신이 힘들어할 땐 불러달라는 거다. 가끔은 내가 힘들때 꿈속에서라도 나와달라는 거다.


암튼, 어쨌든, 뭐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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