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2017)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분단된 국가라는 걸 잊는다. 화천 산천어 축제를 보고 희안하다고 외신들이 외치지만 내 눈에는 그들이 오히려 희안할뿐이다. 뭘 그정도로 호들갑 떨기는. 아마도 북한이 외치는 뻥카에 너무나 익숙해 진 탓도 있겠지. 그래서 가끔은 이런 영화가 주위를 환기시킬 필요는 있다.
영화에서 강철비는 특정 미사일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란다. 초반에 나오는 그 폭격장면은 참 끔찍했다. 중국 연화에서 하늘 가득 화살을 퍼 부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나더라. 피아구분 없는 대량학살. 하긴 전쟁무기가 적과 아군을 구분할리가 없지. 전쟁이라는 건 그 자체로 나쁘다.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는 없다” - 프랭클린.
전쟁의 공포만을 강조하는 영화는 이제 한 물 간 듯 하다. 남북의 공조를 다루거나 일상 속에서의 간첩을 다루거나. 어찌되었던 요즘 북한을 다루는 방식은 예전만큼의 (반공교육이 한창이었을) 적대적인 관계는 아닌 듯 하다. 어찌되었던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나쁜 놈과 좋은 사람이 있겠지. 우리처럼.
이 영화는 정권의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핵을 매개로 한 나라의 입장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그럴듯하여 긴장감을 준다. 정말로 그렇게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내내 했다. 이런 방식. 예전에 만화에서 봤던 느낌이다. 남과 북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기본 희망사항이 가득 담긴 그 만화. 도시정벌이었던가? 무협지에 가깝기에 냉철한 정세파악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냥 권선징악에 가깝고 주인공이 무적이라는 점이 좋다. 10부나 있으니 적절히 잘 선택해야 할 듯. 내 기억에 6부 였던 듯 하고 210권이나 있다고 하니 보통 정신으로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듯. 어쨌든 난 읽었는데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는 점까지만...
정우성의 힘빠진 북한 군인 역할은 참 마음에 들었다.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 못 했었는데 여기서는 너무나 잘 어울리더라. 그리고 우리의 다작왕 이경영씨. 이번에는 나쁜 사람이 아니군. 김의성씨는 약간 애매한 역할이 참 잘 어울린다. 묘한 대립관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 두 사람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선택은 극대 극이지만 두 사람의 선택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우우부단한 나는 그래서 대통령감이 안된다.
악인이 있었을까? 글쎄다.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만 잔뜩. 욕심이 많은 게 악인이라면 김갑수씨가 가장 큰 악인이겠지. 너무나 많은 희생을 당연시 하는 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하나 옳지 못하다. 그리고 조우진.
이 배우는 드라마 도깨비부터 인상적으로 나와서는 어느 영화에서나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는 인상적인 배우이다. 1987을 보는데 거기서도 나오더라. 영안실에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에 숨이 막혔었다. 그 충분히 낮게 깔린 약간 위트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매서운 킬러의 모습만 가득하다. 자꾸 살아나는 터미네이터의 역할이라 징그러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것도 그의 임무이니. 비열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지 아니한가.
이 영화는 다음에 웹툰으로도 나온다. 스텔레인이라는 이름인데 영화에서 잘 이해한되던 부분을 콕콕 집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영화와 만화의 크로스오버. 두 가지를 다 존중해 준다면 만화도 보시라.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관객 수가 적게 나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