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열일하는 그 곳
화련은 타이베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넘게 가야하는 곳이다. 대만 지도를 보면 동쪽으로 향하는데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경포대와 설악산 가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예스진지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적 문화유산이라면 타이루거는 자연이 만들어낸 유산. 석회암, 대리석이 가득한 기암괴석이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게 하는데 제격이었다.
우리가 이용한 건 타이베이 역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 비스무리 한 거 였다. 차음 대만 왔을 때 새마을호 같은 열차를 탔던 것 같았는데 가족여행이니 만큼 좀 더 비용부담을 하기로 했다. 이 열차의 장점은 관광객들만 탄다. 그러다 보니 거의 다 한국인. 좌석도 넓고 아침과 저녁을 주고 (아침은 버거, 저녁은 도시락) 음료 무한 제공에 식당칸, 노래방까지 있었다. 노래가 다 대만노래라는 건 함정.
타이베이 역은 정말 서울역 같아서 우리 기차 타는 곳을 찾기에 만만치 않았다. 이른 아침이기도 했고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도 없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가야하니 조급하기도 했고. 다행히 다른 한국인 패키지 여행팀을 발견해서 따라 들어갔다. 화련역에서는 택시투어 기사님과 조우. 이번엔 온리 잉글리쉬로만 거이드 받았다. 나도 영어가 짧고 그도 짧고. 어쨌거나 말만 대충 통하면 되니 그것도 나름 재미있더라.
대만의 역사나 자연문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없는 건 좀 아쉬웠지만, 사진 스팟을 찾아 다양한 포즈로 기념촬영을 해 주는 건 좋더라. 뭐 이건 지난 번 타이루거를 한 번 와 봤기 때문에 얻는 나만의 잇점일수도. 그래서 아는 범위에서 내가 대신 설명을 해 줬다. 그래봤자 관광객 시선으로 얼마나 잘 알겠나? 그냥 눈으로 보고 담아가는게 제일 좋은 거다.
사카당 트레일의 하이킹이 신선했다. 석회암지대라 회색물 밖에는 못 볼 줄 알았는데 파란 색 계곡물을 따라 걷는 길이 있더라. 시간이 부족하여 30분 밖에 못 걸은게 아쉬웠다. 다음에 또 온다면 여기만 2시간 정도 찬찬히 돌아봤으면. 옌즈커우라는 제비 사는 곳 주변의 트레킹은 낙석때문에 안전모를 써야 한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옆에 끼고 걸으면서 회색빛 강물을 바라보는 건 진기한 경험이다. 그리고 출렁다리, 장춘사 등 지난 여행과 비슷비슷한 코스. 대신 새롭게 원주민 박물관을 가서 영화관람을 도전했다. 딱히 볼 생각은 없었는데 기사님이 한 번 보라는 말에 좀 쉬고 싶어서 들어갔다. 영어라면 좋았을텐데 중국 말도 아닌 원주민어로 상영하면서 중국어로 자막이 나오더라. 멘붕. 그래도 사랑이야기라 대충 알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서 원주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품을 보니, 너무나 새로웠다. 문신 도구, 베 짜는 도구. 그리고 두 남녀의 모습. 아, 이래서 영화를 미리 봐야 하는구나!
장춘사는 멀리서 보기만 했다. 지난 번에는 들어갈 수 있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낙석사고로 죽은 사람이 있었다는... 어쨌든 나는 운이 좋았었군! 그리고 지난 번 여행에서 빠졌던 칠성단 해변.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크게 너울댄다. 기차시간만 아니었어도 한참 있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 여행은 이런 맛인가 보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이번에 왔을 때 풍경과 느낌이 모두 다르니 나름대로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