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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Mar 05. 2018

#Me Too #With You

욕망, 드러낼 때와 아닐 때를 가려야

곤란하다 곤란해. 이런 이슈에 뛰어들면 항상 엇갈린 의견 속에서 난도질을 당한다.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은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왼쪽이라고 말을 듣고, 왼쪽에 있는 사람에게 오른쪽이라고 말을 듣는다. 물론 중간이 아닐 수도 있다. 나보다 그 사람이 좀 더 왼쪽에 있고, 좀 더 오른쪽에 있을 뿐. 같은 왼쪽 오른쪽인데 다른 입장으로 비난할 때에는 '넌 내 편이 아니라 저 편이야!'라고 소리를 지른다. 쩝. 나는 내 편일 뿐인데.


그래서 이런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조심스럽다. 난 어느 쪽인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앗! 이것은 이념을 밝히고자 하는 글은 아니다. 중도조차도 또 하나의 편으로 읽히는 세상에서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편이 좋다. (그것조차도 회색분자라고 욕을 먹겠지만서도)


돌아 돌아 이야기하지만 결국 #METOO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성주의 사회에서 (남성인 나로서는 정말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게 틀림이 없다. 이런..) 용감한 여성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다. 일단 자수하신(?) 그 분들, 참 많이들 해 먹으셨더라. 추잡한 사람들도 있고, 용서가 안 될 범죄를 저지른 놈들도 있다. 내가 직장을 처음 다니던 그 시기에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 그 이전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역시 나의 생각인거다.


그 일이 자행된 것이 최근도 있지만 예전도 있고, 어쩜 그 중에서는 무고도 있을테고 발뺌도 있을테고. 정말 모르겠다. 올라오는 기사들마다 모두 진실이라고 믿기에 조심스러운 건 '무죄추정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일거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고 나면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난도질 된다. (뭐, 이미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지긴 했다) 정말 안 그럴 것 같은 사회저명인사들이 그랬다는 말에 자꾸 부정하게 된다. 설마. 그런데 그게 맞을 줄이야. 그러면서 나도 뒤돌아보게 된다. 혹시? 다행히 내가 그런 권력을 가지지 않았기에 내가 그러진 않았겠지 하지만서도 불안하다. 정말로 20년 전 이야기를 꺼낸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기에.


지금은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지만, 그 때에는 그게 남자의 순정으로 읽었었다. 마치 무용담처럼 남자들끼리 그런 것들을 공유하곤 했지만 실은 현실이 아닌 야동에나 나올만한 상황들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거였다. 군대에서 그 문화를 배운 남자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용서해 달라는 건 아니다! 누구를 쉴드쳐 줄려는 생각도 없다. (그런데 꼭 그렇게 읽는 사람이 있더라.)


확실히 이런 분위기는 한 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앞으로 조심하지. 잘 숨어있는 사람들도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엔 조심하겠지. 더 나은 사회, 더 공평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기에 폭풍같이 한 번 휩쓸리고 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 다만, 그 폭풍이 좀 잠잠해 지면 쓰러지지 않는 기둥을 세울 수 있는 진지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과거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예방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니. 그건 여자들을 위해서 뿐이 아니라, 남자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다. 어머니를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 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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