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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Jan 09. 2018

빈 이어폰을 끼고

길을 걸을 때면 늘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를 챙겨간다.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실행하곤 하는데 가끔 바쁘게 나갈때면 깜박하고 귀에만 걸고 집을 나설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귀에만 걸려 있는 상태에서 핸드폰을 찾는데 그 풍경이 참 재미있다. 사람들은 내가 음악에 집중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래 이렇게 목적지까지 가볼까?


주변 소리들이 들리게 되니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에 관심을 보인다. 음식점 현수막을 거는 아저씨를 보니 꽤나 장사가 안되나 보다 생각을 했고, 길 가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서 빤히 나를 쳐다 보는 못생긴 새 한 마리를 보며 녀석들도 겁이 점점 없어지는 듯 해서 우스웠다. 인간과 함께 살려면 적응해야지.


버스에 탔더니 재잘거림이 들린다. 아이나 학생이나 어른이나 함께 모여있으면 시끄러운 건 매 한가지다. 아침에 탈 때에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오후에 탄 버스에는 어르신들도 많네.


늘 가는 길. 햔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BGM 삼아 걷거나 버스를 탔었는데, 그런 BGM이 없어도 사람들의 말소리 자체가 BGM이 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길. 어떤 음악이 함께 할 지, 어떤 사람이 함께 할 지. 기대되는 올 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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