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풍경 좋다
큰 맘 먹고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 바로 어제, 나는 팔당역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토요일, 차 막히고 사람도 붐빌 그 고행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자전거 하이킹을 기대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만땅이고 날씨는 전 날 내린 비로 쌀쌀하다. 바람만 안 불면 추운 건 버틸만 할텐데 뿌연 먼지는 내내 목구멍을 간지러온다.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머플러로 숨구멍을 막고는 페달을 밟기로 했다. 종일 빌리는 데에 만원. 주차를 자전거대여점에 했으니 주차료는 벌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자전거들 다양하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빌렸는데 이름이 거창해서 전기자전거인줄. 알고 보니 그냥 일반자전거(자전거 빌리는 가격표 분류에 따라)다. 바퀴가 얇아서 가볍고 편하다. 핸들 높이를 높이지 못하는게 좀 흠이나 속력내고픈 사람은 좋을 듯 싶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니 다리도 덜 아플 듯 하고. 대신 팔이 좀 아프더라. 전기자전거도 있던데 자전거는 밟아야 제 맛.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나는 자전거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같이 가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면서 가기엔 자전거 길이 너무 좁다. 게다가 동호회분들의 자전거 속력은 후덜덜하다. 떼로 다니니 가끔 화들짝 놀라 핸들을 틀때도 많다. 사람 많은 한강에서 타다가 놀란 적이 많아서 집 자전거 두 세 번 끌고 나갔다가 포기했다. 그리고 엉덩이는 왜 그리 아픈지. 쿠션 좋은 안장을 발명해 낼 순 없는걸까? 다른 라이더(?)들의 자전거 바지를 보니 엉덩이 부분이 푹신해 보인다. 안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조금만 타고 가자고 했건만 종일 타버렸다. (실은 종일 빌릴 때 그 운명이 정해졌을지도) 안 좋은 조건들이 많았는데 이번 자전거 하이킹은 너무 좋았다. 먼지와 추운 날씨는 사람이 없는 필수 조건이 되어 주었고, 늦가을의 정취가 오롯이 남아 있는 강변길은 드라이브로는 충족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주었다. 팔당댐까지 가는 강변길도 좋았지만 다리를 건널 때, 터널을 지날 때, 옛 경춘선 철길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언가 가을에 빠진 듯 해서 황홀했다. 내년에도 요 맘때는 꼭 와야 겠다. 수능 전 주, 약간 쌀쌀한 날, 이른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