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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Nov 10. 2017

하늘공원 억새밭

물이 있는 곳엔 갈대, 없는 곳엔 억새


억새축제 하고 난 다음 하늘공원을 찾았다. 번잡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평일 오후 시간에 연수를 갈 수 있어서 잘 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왠걸. 주차장에 들어가는 차들 때문에 20분을 허비했다. 길게 늘어선 줄들에 놀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열차는 포기했다. (그래봐야 얼마 안 걷는걸)


처음에 오르는 계단들이 많긴 했다. 이 인파 사이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강아지를 안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개한테 물려 죽은 (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으로 인해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더라. 목줄은 모두 다 하고 왔지만 입마개를 한 개는 없었다. 그래도 지나가던 개 두마리가 제법 겪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무섭긴 하네. 예전같으면 그냥 지나칠 상황들이 그 사건으로 인해 조심스러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


정상에 올라 억새들을 봤다. 키가 높은 억새 틈새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그냥 보는 게 더 좋다는 말을 믿기에 그냥 사진에만 담았다. 몇몇 사람들이 이미 좋은 자리라고 넘어 가서 찍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 올바른 나의 행동으로 나는 격려받아야 하는데 남의 나쁜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내면에는 ‘나도 그러고 싶다’가 있기 때문이겠지.


분명히 줄이 쳐져 있지만 그 너머로 휑한 포토스팟이 있는 불편한 진실
하늘이 참 맑으니 어디든 좋다

노을이 물들때 까지 노을공원에서 있고 싶었지만 제법 차가운 바람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떠민다.


내년에는 꼭 저 붐비는 주차장이 아닌 그 건너편 주차장에 대고 조금 걸으리. 어차피 걸으러 온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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