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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Aug 19. 2016

더 이상 책만 팔지 않는다

종합문구센터로 변하는 서점. 그래서 슬프다.


모처럼 시내에 나갔다가 남는 시간을 보내려 큰 서점에 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예전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던 입구 앞 벤치는 그 노숙인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다들 누워 계시는데 보기 좋다고는 못하겠더라. 날씨다 너무 더우니 지하로 오신 거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에어컨 냉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그리곤 처음 만난 건 책이 아니라 골라서 3개에 9900원하는 매대. usb 같은 용품들을 싸게 파는 듯 하다. 그 옆에는 전자사전 팔고 있고 캐릭터 공책과 액서사리 들이 파는 가게가 보인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책이 전시된, 예전에 익숙한 서점의 모습들이 나온다. 이제야 찾았다. 새 책을 보면서 무언가 흥분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그래도 책이 더 많긴 많더라..

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그 입구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 때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베스트셀러가 가운데 있고 좌우로 액서사리, 팬시제품을 팔고 한 쪽에는 커피숍도 있고 음반 가게도 있다. 그러고 보니 며칠전 광화문 커다란 서점도 그러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았던 책 말고 다른 물품 파는 가게. 거기선 심지어 베개, 가방도 팔았지.


솔직히 나는 이 날 책을 사진 않았다. 무슨 책을 살지 시장조사만 했다. 그래서 사고 싶은 책의 제목을 사진 찍어 왔다. 책을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때문에 그냥 온라인으로 주문하고자 마음 먹었다. 할인이 10%라도 되는 건 보너스. 그러다 보니 서점도 변화된 것이리라.


결국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서점은 변한건데, 막상 바뀐 서점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변화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꼰대적인 시각때문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옛 추억에 대한 환상이 밥을 먹여 주는 시대는 아니니.


기다림과 만남이 있었고, 서서 책장을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도 기쁜 마음이 충만했던 그 곳. 모처럼 시내에 나가니 별별 생각들이 다 든다. 아, 나 이렇게 늙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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