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쓴다는 것의 매력

베를린 일기, 최민석, 민음사, 2016

by 오랜벗

솔직히 에세이 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있거나 스토리의 즐거움이 있는 그런 책들을 선호하는데 에세이는 짧은 공감은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되어 끝까지 읽기에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있어 중간까지만 읽곤 했다. 대부분이 그랬다.


이 책도 그랬다. 적당히 읽다가 그만 읽고. 다른 책 읽다가 그 책이 시시해질 때면 다시 꺼내 읽고. 그래서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읽었다. 지은이가 일기를 쓴 기간 보다 더 오래. 그러다보니 왠지 그 분에게 미안하다. 나도 뼈가 다치면 금새 아물지 않는 그런 나이에 있는 아저씨인데 친구(?)끼리 못할 짓을 했나 하는 생각에.


작가는 글을 참 편하게 쓴다. 농담조로 써 내려가는 글들이 무척이나 정겹다. 약간의 무질서함 속에서 가끔 여운이 남는 걸 보면 SNS덕분에 짧은 호흡이 사랑받는 요즘 시대의 글쟁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로써 먹고 산다는 게 행운인가? 아니면 일단 다른 직업은 있고 그냥 아무런 부담없이 가끔 글쓰는 내가 더 행운일까? 이 작가는 글로써 먹고 사는 전업작가이다.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라서 부채 걱정까지도 짊어지고 살지만 그것이 딱히 안쓰럽게 보이지 않는다. 어쩜 그건 일종의 포장일 수도 있고, 그 분의 인생관이자 삶의 여유일수도 있겠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럴수도 있겠고) 그건 참 부러웠다. 김삿갓같은 자유로움이 보이는 듯 해서. 그래서 쓸거리가 많은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많은 생각들을 두서없긴 하지만 마치 일상의 모습에 몰래 카메라라도 단 듯 자세히 서술한게 마치 타인을 관찰한듯 하여 재미졌다. 그의 친구들 묘사해 놓은 것과 사진은 너무나도 달라 헛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과장과 왜곡은 작가가 가진 특권 아닌가? 한 번 손에 잡히면 적어도 100쪽 이상은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그 흡입력에 작가의 마이너한 그 재능이 일조했으리라.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나도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누굴 훈계하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소개하는 것도 아닌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글이 만만한 것도 아닐진대 이 작가가 무척이나 쉽게 쓴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평범한 듯한 매일매일의 일상도 모이면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짧아도 꾸준히. 글을 쓸 때면 늘 그 점을 강조하는 데 나는 그걸 못하다니.


그래서 이런 책을 읽으면 부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그리고 또 다시 다짐해 본다. 나도 이 곳의 일기를 써 봐야 한다고. 음. 어찌되었던 내일부터 쓸 거다. 내일 바쁠 수도 있으니 모레 써도 용서해야 겠다. 아차 다음 주에 휴가가 예정되어 있으니 좀 더 있다가 쓸까? 아, 난 왜 자꾸 나에게 면죄부만 주려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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