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세미원에서
더운 여름.
온도가 분명 37도 정도 였는데 체감 온도는 그 이상이다. 이런 여름에 연꽃이 피다니. 그래서 기껏 찾아갔건만 더워도 정말 너무 덥다. 표를 끊고 들어가서 안내도를 보니 22시까지 연다고 한다. 헉. 야간개장을 한다는 건가? 부랴부랴 홈페이지를 보니 여름에 한시적으로 하는가 보다. 사전 정보를 미리 체크하지 못한 건 내 잘못. 투덜거리며 이 대지의 이글거림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연꽃을 관람하다 그래도 그늘이 있는 다리 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막을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묵묵히 걸어간 그 길 끝에 다다른 오아시스! 발을 담그고 가라는 듯 물이 흐르는 냇가같은 시설이 있다. 에헤라. 운동화도 벗고 양말도 벗고 무좀이 있던 없던 일단 더운 발을 식히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궜다. 차가운 기운이 엄지발가락부터 서서히 대뇌까지 올라온다. 정수리 끝으로 열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온 몸의 체온이 제자리를 향해 간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보니 서서히 이성이 제자리를 찾아 온다. 내가 발을 담근 곳은 일종의 하류. 상류(?)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고 중류에는 아주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런데 잠시 후 그들이 일어나면서 말한다.
“여긴 좀 더러운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발만 담궜는지 바닥에 있는 돌멩이에는 이끼가 잔뜩이다.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주변에 있는 이끼를 닦아 내니 그 부유물질들이 주변을 탁하게 만든다. 내 발에 붙어 있던 각질들이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아까 그 분들 혹은 그 전 분들, 혹은 상류에서 놀던 아이들의 잔해(?) 물질들이 떠다니는 듯 하다. 더/럽/다 고 나도 느껴 버렸다. 주변에 벌레 들도 많더라. 그들도 분명 시원한 곳을 찾아 왔겠지? 집게 벌레 부터 거미, 개미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데 신경쓰인다. 이런. 이 곳은 오아시스가 아니었던가?
역시나 원효대사의 해골물이다. 화장실 효과이기도 하고. 급할 때에는 뭐든 다 할 듯처럼 보이지만 그 필요를 충족하고 나서는 다른 게 보이기 마련이다. 나의 오아시스가 지저분한 물웅덩이로 보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그 시간은 결국 순간의 즐거움이 고통으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겠지?
아무리 더워도 연꽃은 예쁘더라. 그걸로 오늘의 깨달음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