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먹어서 막국수? 막 끊어져서 막국수?

내 입맛은 너무 심심한 건 아닌가보다

by 오랜벗

자전거를 타다가 더위를 느낄 오후. 주변에서 꽤나 유명한 막국수 집을 향하였다. 골목 사이에 있는 가정집 분위기였는데 꽤나 사람이 많았다. 오후 1시쯤 갔는데 내 앞에 줄 서 계시는 분이 8팀. 20분 기다렸을까 자리가 나왔다. 그만큼 맛이 있다는 거겠지?


들어가서 보니 수요미식회에서 추천했던 집이더라. 주변 지인이 추천해 준 집이었는데 꽤나 유명했다는 걸 이제 알았다. 문제는 이렇게 매스컴에 한 번 나오고 나면 신경쓰여지는게 참 많다. 과연 맛있을려나 라는 삐딱한 생각도 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친절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격은 동치미막국수 8,000원. 사리 4,000원. 수육이 맛있어 보였지만 둘이서 이것 저것 시키기는 좀 걱정되더라. 배도 많이 고픈 건 아니었으니.


자리에 가기까지 가게 앞 자리는 그냥 서서 떠들기 좋았다. 의자들도 있었고,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대기 순번을 적는 곳이 있어서 적고 이름이 불리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다 먹고 나와보니 차들이 대 있더라. 공영주차장까지 8분 거리라는데 그걸 못 참고 가게 앞에다 차를 대니 기다리는 장소가 확 줄어 버렸다. 뭐, 그 분들도 모르고 온 것이니 딱히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아픈 사람이 왔을 수도, 어르신들이 왔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주차장은 참 딜레마인 듯 싶다. 이런 맛집은 특히나.


기다리는 사람을 응대하시는 분은 아주 능수능란했다. 사람이 많으면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자리를 알아봐 준다. 의자에서 먹는 자리가 있었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먹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유가 나는 대로 들어가야 했다. 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이해하자. 나는 의자가 있는 2인용 식탁에서 옆사람과 다닥다닥 붙어서 먹었다. (뭐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한다.) 옆자리는 이 맛집을 찾아서 좀 멀리서 오신 커플인가 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그것또한 이런 자리의 맛이라고 느껴졌다.


국물없는 건 잘 먹지 않는 통에 결국 동치미막국수 2개에 사리 한 개 시켰다. 하나는 왠지 모자라보였는데, 만두 같은 게 없으니 (수육은 좀 비싸다.. 23000원인가? 굳이 점심에..) 사리를 추가했다. 뭐 결론을 미리 내자면 실패. 면의 양이 작지는 않더라. 즉석에서 삶았다는 면이 예쁘게 올라가고 달걀, 깨, 오이, 김가루가 있었던 듯 했다. 가위를 왜 안 줄까 했지만 이빨로도 잘 끊어지는 면이라는 사실을 먹으면서 깨달았다. 앗! 내가 평양냉면을 싫어했던 이유였는데.


동치미를 부어서 면을 풀어 먹었다. 면의 끊김은 나름 괜찮았다. 메밀 향도 살짝 나는 것 같았고, 그래도 평양냉면 처음 먹었을 때의 심심함보다는 낫더라. 그런데 동치미를 넣어도 그 심심함은 쉽게 가시지가 않는다. 동치미도 살짝 심심한게 결국 앞에 있는 백김치와 열무김치를 먹어야만 했다. 아! 그 명태회무침은 정말 맛있다. 다만 더 이상 추가가 안된다는 말에 절망하고 말았다. 그거 없이 어떻게 먹으라고.


그냥 한 그릇을 먹고 동치미 국물을 드링킹 하면 끝날 것을 사리를 더 넣어 먹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명태회무침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식초와 겨자를 넣어서 먹긴했지만 그러면 이게 무슨 맛인가? 결국 식초와 겨자맛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나는 평양냉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심한 그 맛도 그렇고, 뚝뚝 끊기는 면발도 그렇고. 정말 개인적인 호불호인거다. 아직 나는 입맛이 약간 초딩스러워서 이 곳 음식이 매우 특색있지만 맛지 않는 걸로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독특하긴 하다. 다시 온 다면 꼭 수육을 먹어보고 싶다. 거기에 명태회무침을 넣어서 먹으면 참 맛나겠지? 그나저나 명태회무침은 거기서 한 건가? 그게 고성지방이랑 상관이 있는 건가? 고성막국수와 동해막국수와 춘천막국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췌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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