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맞이 여행 - 토왕성폭포 전망대
모처럼 멀리 왔다. 겨울에 산행이라. 내가 정말 싫어하던 것들 중 하나인데 도전하는 걸 보면 서서히 늙어가나 보다. 더 새로운 일들이 없으니 과거에 하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 다행히 평소에 꾸준히 걷기운동을 해서 그런지 산에 오르는 게 (다른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그다지 버겁겨는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나의 산행은 소위 등산이라고 불리우는 정상정복과는 좀 거리가 먼 관계로 이렇게 서문이 긴 게 좀 부끄럽기도 하다. 얼마나 대단한 산행이라고. 하하.
설악산 초입에 들어오자 예전에 놀았던 그 때를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되었다. 굳이 단풍을 보겠다고 아무 계획없이 와서는 방이 없어서 산 아래 민박촌 쪽방에서 네 명이 술에 취해 구겨져 자던 그 때. 그래도 다음 날 쌩쌩하니 산에 오르면서 비록 사람에 치었을지언정 눈 속에 담았던 풍경들. 지금은 겨울산이라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지만 새해라는 필터를 끼워 넣으면 다시 화사해질 것만 같아 여전히 마음은 과거 그 날처럼 들뜨고 즐거웠다.
주차장에서의 4000원. 산행에 들어서는데에 3500원. 영문도 알 수 없고 오직 현금만 고집하는 세속과는 조금 동 떨어져있는 듯한 이 곳의 셈법은 요상하다. 하지만 나름 자연에 대한 경외한 값으로 치루기로 하고 즐겁게 지불하였다. 나의 행선지는 토왕성폭포. 비록 꽁꽁얼어있는 모습밖에 또 무얼보겠냐만 새로운 등산로를 걷는 재미가 제법 좋았다. 평탄한 길을 따라 만난 폭포들. 중간에 흔들다리도 재미있었고 얼음 가득한 비룡폭포도 인상적이었지만 900계단의 토왕산폭포 전망대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 오를 때마다 차오르는 숨. 중간중간 쉼터에서 쉴때마다 심장을 걱정해주는 그 현수막이 새삼 고맙더라. 그리고 조금씩 올라갈때마다 보이는 동해바다의 멋진 전망이 더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다른 계절이라면 어땠을까? 멋진 풍경도 보여줬겠지만 사람에 치여서 잠시 쉬어가는 맛은 적었겠구나 생각했다. 전망대에 올라 겨우 사진 몇 장 찍고는 다시 돌아섰지만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시작하는 곳 치고는 꽤나 의미있다 생각했다. 올해도 멋지게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