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

미쓰백 Miss Baek , 2018

by 오랜벗
이 내용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그러니 원치 않은 정보일 경우라고 생각이 드시면 뒤로 가세요. ^^;


솔직히 이 영화는 매우 불편하다. 불편한 상황과 불편한 환경, 인물들 그리고 고구마를 한 100개쯤이나 먹었을 만한 답답함이 밀려온다. 해피엔딩이겠거니 생각하고는 끝까지는 봤지만 솔직히 이런 영화는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보는 내내 자꾸 눈물이 나왔다. 마지막에는 그래 약간의 희열도 느꼈다. 그래 세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최대한 현실스러운 전개와 그 마무리. 그래서 불편했던게 아닐까?


이 영화는 형사 장섭(이희준)이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시작한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사진 하나로 그토록 찾고 있던 백상아(한지민)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알려주지만 추운 겨울 세차장에서 일하는 그녀에게는 그냥 증오의 존재였을 뿐이었다. 자신을 학대하던 그래서 그 증거까지 몸에 남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존재. 그래서 그녀가 보는 세상은 늘 차가웠고, 끔찍했다.


그녀가 전과를 짓게 된 것도 결국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그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는 한 형사만이 그녀의 곁에 있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그닥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그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살다가 죽는거지 뭐. 다가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다가가려 하지도 않는다. 이름도 겨우 알려준다. 미쓰백.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오직 게임에만 매달려 있는 아빠인 일곤(백수장). 그런 일곤이 뭐가 좋은지 함께 사는 여자친구인 미경(권소현). 이 두 년놈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아이에게 쏟아냄으로써 보상받으려 한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아이를 때리고 조르고 차디찬 욕실 베란다에 방치하지만 아이는 그럼에도 꾸역꾸역 살아간다. 정말로 눈물이 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난 건 아이의 희망사항이 아니었을텐데.


미쓰백의 차갑지만 뜨거운 감정의 눈길이 시종일관 어두운 영화에 잘 스며들었다. 예쁜 여배우가 날것을 보여주겠다고 덤벼들면 약간 오버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을텐데 정말로 그런 사람처럼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담배를 꼬나무는 그 장면이 왜 이리도 잘 어울렸을까? 비록 포스터에서는 잘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태우던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여겨질만한) 그녀와 지은이의 투샷이 왜 그리 정겨웠을까?


품어주어야 하는가? 품을 수 있는가? 간신히 탈출하는 아이와 만난 미쓰백은 아이에게 곁에 있어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이도 같이 곁에 있겠다고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살아가겠지. 지은이만 구원받았을까? 아니, 분명 미쓰백도 구원받았을 거다. 자신이 아이 곁에 있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앞 뒤 안 가리고 지은이를 위해 고난과 역경을 감수하려 한다. 지킬것이 있어야지 강해진다. 지은이 덕분에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된 건 덤이 아니었을지. 엄마도 미쓰백을 지키기 위해 떠난 것처럼.


영웅 이야기에 너무 길들여진 탓일까? 모처럼 이런 영화보는데 개운치가 않았다. 초반에는 자꾸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눈을 감고 살았으면 했지만, 가끔 나오는 신문기사들을 보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그런 부모에 불쌍한 아이들이 많이 있는게 확실한 듯 하다. 그리고 양육이라는 이유로, 훈육이라는 이유로, 친권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은폐하고 수단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게 조금씩 깨어져 가고는 있지만 참 더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방향은 맞지 않았는가?


인상깊었던 조연인 권소현씨. 겉으로 보기에는 요조숙녀인체 하면서 나중에는 본색을 드러내는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그래서 나올때마다 욕이 나왔던. 그녀에 관한 기사 하나 링크한다. 이렇게 잘 분석했는데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 https://movie.v.daum.net/v/g8foh8zSt9


1.jpg 지은이를 만났을 때 미쓰백. 커다란 점퍼는 형사로 부터 와서 아이에게 까지 간다.
2.jpg 곁에 있어 주겠다는 다짐이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3.jpg 손익분기점 넘겼다니 다행이다. 감독도 동안인 듯. 그리고 김시아양은 마치 신세경을 연상시키는 맑은 얼굴이다. 무엇보다도 이 힘든 역할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지. 흥해라!
4.jpg 이 포스터 좋다. 분장을 한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 좋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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