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2018
모든 이미지 출처는 다음 <영화> 포토에서. 스포는 없는 듯 한데. 이미 천만이 봤거늘 뭐 어떠랴
군더더기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심플하게 그냥 웃겨준다는 거다. 그렇다고 무지막지 웃는 장면은 없었다. 박장대소하는 장면은 사람들마다 미묘하게 갈린 듯 하고 각자 재미있는 지점에서 재미있게 즐기다가 끝났다. 억지스러움이 없으니 마지막에 한국적 신파도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할까봐 조마조마했던 내가 더 민망했다. 그런데도 천만이라니. 뭐가 좀 이상하긴 하다. 사람들이 바뀌었을까?
볼 영화가 없긴 했다
대진운이 좋다고들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예매율이 좋다보니 설날에 몽땅 이 영화밖에 안하더라. 말모이가 재미있다고는 하는데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에 비해선 이 영화는 참 오래도 살아 남는다. 중간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만큼 매진행렬. 캡틴 마블이 좀 일찍 개봉했으면 고전했을까? 작년에는 블랙팬서가 다 휩쓴 듯 한데. 어쨌든 우리 영화가 천만이 넘었다니 나쁘지는 않구나. 쓸데없는 국뽕이라고 해도.
소소한 웃음, 참 오랜만
설날 특선영화를 TV에서 봤다. 끝까지 간다였나?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라 다시 눈길이 가는데 하도 욕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묵음처리 연발이다. 저러면 의미전달이 잘 되려나 싶을 정도로. 액션신들 몇 장면들은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상황이 나온다. 뭐, 직접적이진 않지만 상상이 되는 걸 어쩌나. 그런데 이 영화는 참 신선하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 하다. 치킨집에서 도청하면서 깡패집 상황을 들을 때가 압권이었다. 마약반과 강력반의 그 절묘함이라니. 굳이 욕을 쓰지 않아도 상황의 아이러니함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참 절묘하고 참신하다. 그리고 어렵다. 그러니 다들 쉽게 가려고 슬랩스틱에 육두문자 남발하지.
과하지 않다는 것
최근에 흥행했던 영화 중 청년경찰이나 범죄도시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형사물이다 보니. 베테랑도 생각이 났고. 베테랑도 아주 즐거운 영화이긴 한데, 정웅인이 나오면 늘 숙연해 졌었다. 청년경찰은 난자매매에 당하는 아이가 여자아이라서 좀 그랬고, 범죄도시는 장첸만 나오면 공포스릴러로 변해버리고. 물론 이 영화의 소재도 건전하지는 않다. 후반부에 마약에 빠져서 몸도 못 가누는 소시민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그들을 클로즈업하지 않더라. 그리고 난 그 선택을 지지한다.
이 영화는 오락영화이다
오락영화에 사회비판적인 요소도 있으면 좋고, 감동도 어느 정도 있으면 좋고 해피엔딩이 되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치킨 장사를 해야 하는 소상공인의 애환도 담겨 있고, 경찰의 애로점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 부분을 애써 도드라지게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다른 듯 싶었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경찰의 애환을 느끼며 소주 한 잔 하는 부분이 나올만도 한데, 철저히 외면하더라.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준 것 같았다. 그래, 이건 웃기는 영화이다. 신나게 웃으면 된다. 그래서 좋다.
내가 봤던 재미있는 오락 영화 역대 2위
그럼 1위는 무얼까? 궁금해 하지 않겠지만 나는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웃었던 그 영화. 뭐, 모방 범죄 이야기도 참 많이 회자되었지만 그냥 오락 영화로서는 아무 생각없이 웃었던 것 같다.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에도 형사 캐릭터들을 잘 잡아 놓았더라. 마지막에 구체화 되는 그 장면에서 정말로 빵터졌던 것 같다. 역시 대세는 좀비인가?
특별 출연의 힘
신하균과 오정세는 대단하다. 특히나 오정세는 특유의 그 짠내나는 역할이 너무나 잘 어울리기에 두 말할 것 없는 베스트이지만, 신하균은 다소 차가워 보이는 그 얼굴을 혀 짧은 말투로 잘 바꿔 놓은 듯 했다. 두 배역이 바뀌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럼 너무 유머러스해지려나? 오정세 때문에 <진심이 닿다>를 보고 있는데. 그리고 김의성을 이렇게 마음편하게 본 영화가 아주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알함브라에서도 나쁘게 나오다니. 사극이면 사극, 좀비물이면 좀비. 정말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 되어 가려시나? (갑자기 게리 올드만과 동급인지 의심스러워졌다는...)
총평을 요약하자면.
욕설과 빨간맛(피)을 덜 버무렸지만 찰진 대사와 캐릭터로 끝까지 맛있는 오락영화, 두 번 봐도 좋을 영화 (코미디 영화가 이러긴 쉽지 않다. 내 경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