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에게서 진실이란 아무 상관없는 것인가?
모든 범죄 사건에서 범인은 일단 무죄추정 원칙 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범인이라고 이야기하면 안되는군)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권리가 있다. 누구나. 그것은 평등해야 한다. 법 앞에. 돈 앞은 아니고.
요즘 기분이 참 요상한게 나름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데 가끔은 '어깃장'을 놓고 싶을 때가 더 많다는 거다. 고유정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한 짓이 사실이라면 찢어죽일만한 일인데, 그녀도 한 사람이니 일단 변호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뭐라하고 싶지 않다. 그녀가 왜 그런 일을 했을까에 대한 고민이 올바름일테지만, 일단 그녀가 한 짓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적어도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저지르기엔) 용서받지 못할 짓이기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사람을 찢어죽였을까 라고 공감을 해야 하는데, 공감이 되나? 지금이 무슨 일제시대도 아니고, 전시도 아니고. 아, 그녀의 마음이 전시였다고 하자. 그런 사람이 저렇게 평범한 척 살 수 있다는 게 무서운 거다. 마음 속에 또아리 튼 뱀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런 사람과 엮이고 나면 나는 어떻게 하라구.
그녀의 변호사가 사임하면서 '누군가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올바름이다. 동의한다. 그게 연쇄살인마라 할 지라도.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이용한 치졸한 변론이라면 사절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증거'라고 뇌까리지 마라. 찢겨 죽은 자만 억울하게 만들지 말라구.
그런데 며칠 전 중앙일보 기사에 제목이 저런 기사가 떳더라.
https://news.v.daum.net/v/20190815060125023
동의한다. 올바름이다. 제목만 두고 본다면 그닥 항의하고 싶지 않다. 고유정이 '아주 나쁜 X' 또는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뭐 그런 대명사라면 그냥 그렇게 읽겠다.
그런데 거기에 자꾸 어깃장을 놓고 싶은 건, 그 변호사들이 흔들려 하는 판인거다. 변태성욕자. 성폭력. 나약한 여성. 아직 나오지 않은 시신. 정황상의 증거일 뿐. 뭐 그런 걸로 판을 흔들려고 하는거지. 물론, 이미 고유정은 언론에 의해 그리고 추측에 의해 괴물로 만들어져 있다. 그게 너무하다면 그걸 주장하면 된다. 그런데 죽은 사람에게 그 책임을 넘긴다는 거. 참 치졸하다. 물론 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래 놓고 설혹 그 사람이 설마 그런 사람일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그녀는 그 사람을 죽였다. 아주 참혹하게. 숨길 의도를 가지고.
데블스 에드버킷이라는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 건, 변호사라는 직업이 갖는 속성을 잘 드러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서다. OJ 심슨 사건에서도 그렇고, 대단한 사건에는 대단한 변호사가 등장하여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높이더라. 그게 검은 색이던 흰 색이던 가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라면 똥색도 좋지. 결국 OJ심슨은 망했지만 변호사들은 승승장구 하지 않는가? 수임료는 왜 그리 비싼지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판결하게 하는데 번역비용 치고는 너무 비싸지 않는가? 물론 들어가는 돈도 많이 들었겠지만.
모든 변호사가 다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어찌되었던 억울한 피의자도 있는 법이니. 올바름과 어깃장 사이. 내 빌어먹을 단점은 중심 잡기가 어렵다는 거다. 진실이 무엇인지 몰라서인가? 아님 반대쪽에서의 욕먹기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이런 회색분자 같은 놈.
이 글도 쓰레기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