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이고 싶지 않은 여우의 편지
처음엔 그냥 포도였다.
다른 여러 포도들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햇살이 비추어 예쁘게 익어갈 즈음
살짝 빛나는 윤기와 달콤한 향이
너를 예쁜 포도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나에겐 특별한 포도는 아니었다
네가 나를 불러주기 전까지는
너는 그냥 예쁜 신포도였을 뿐이었다.
또 다른 여우가 너에게 관심을 보이자
더 이상 신포도가 아니었다
빼앗길 수 없는 절대포도
사랑인지 질투인지
날마다 포도나무 밑에서 기다렸다
니가 떨어져서 내가 널 가질 수 있기를
떨어질 수 없는 포도라는 걸 깨달았다
이미 나무에 딱 달라붙어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너는 그저 윤기있는 빛깔과 달콤한 향만 뽐낼 뿐
그 밑을 어슬렁 거리는 여우는 나말고도 많았다.
그래서 다시 너를 신포도로 여기련다.
그냥 포도로 남겨두기엔
너의 빛깔과 향이 너무나 달콤하다.
신포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또다시 어슬렁 거릴 것 같다.
그러니 제발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지는 않았으면.
또 다시 그 밑에 서서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