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장 소영 : 해안과 가까운 경기도의 공업도시
택시는 내가 불러준 주소 근처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부산 집을 떠난 지는 여섯 시간 정도.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 어느 공업도시.
대한민국 전도 위에서 한 번도 관심을 주지 않은 회색 도시.
아직도 나는 내 안의 저항과 싸우고 있었다.
다만 방바닥에 앉아서 가만히 벌인 싸움은 아니었다.
KTX안에서, 택시 안에서, 여기로 오는 동안 계속 이어진 싸움이었다.
그런데 싸움이 아직 덜 끝난 채로 ‘도착’ 이란 걸 해버렸다. 어쩌나.
이 같은 행동 우선 주의는 좋은 점 두 가지와 나쁜 점 한가지가 있다.
첫 번 째 좋은 점은, 선택이 옳았을 경우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중에 있다는 것.
두 번 째 좋은 점은, 복잡한 사상에 오염되지 않은, 팔 다리를 위시한 다른 근육과 심장 위장의 연합이 바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나쁜 점은 단 하나다,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향해 발을 내디딘 것을 이내 알게 된다는 것.
메일의 전송 버튼을 누른 뒤에야 오자가 보이는 것처럼.
“소영님이시죠?”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 왔다.
두 명의 젊은 남자가 그녀의 뒤쪽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같은 계열의 색감과 질감을 가진 세미 정장을 입고서.
한 명은 훤칠한 키에 말총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 헤어스타일만 아니었다면 호감을 주는 인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 명은 땅딸막한 키에 짧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 수염만 없었다면 동네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고 있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얼굴이었다.
그것이 수염인지, 접힌 턱살이 만든 그림자인지는 그 거리에서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파이오니어 쪽 사람이라는 인상은 분명했다.
“맞습니다. 그게 제 이름이에요”
“짐은 그게 전부입니까? 들고 계신 숄더백과 케리어” 턱수염이 물었다.
“좀 들어주시겠어요?” 소영이 말했다.
“따라 오시죠” 말총머리가 말했다.
“가시죠” 소영이 말했다.
걷는 방향 앞에는 갓 지어 올린 오 층짜리 건물 외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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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과 가까운 경기도의 공업도시.
서해 먼바다에서 부는 바람 때문인지,
서해대교 위를 달리는 탱크로리 때문인지,
도시 전체에 낮고 긴 ‘구우우’ 하는 소리가
마치 기본 음처럼 깔려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