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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 장 소영 :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by 올드한

호텔 프린세스 평택 메인 타워 로비를 채우고 있는 공기는 어딘가 성분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분석된 바에 의하면 공기는 약 78%의 질소와 21%의 산소, 그리고 나머지 1%는 아르곤, 이산화 탄소,

헬륨 같은 미량의 성분으로 구성된 혼합 기체이다.

그 나머지 1%가 독가스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다고 알고 있다.

이 로비는 삼엄함, 널찍함, 어두침침함이 그 1%를 대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파이오니아 한국 지점은 특이하게 이 호텔 7층 전부를 통째로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이름과 자초지종을 말하니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던지 아이디카드를 건네받았다.

이 아이디카드로 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소영은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았다.

무릇 여자는 언제 어디서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은 법이다.

현재의 장소에서는 아름다운지, 눈곱이 껴 있는지.


기대하던 장소이든, 전혀 내키지 않는 장소이든, 죽음의 고문을 당할 때에도 눈곱이 껴 있거나

코딱지가 있으면 안 되니까.

거울 속의 여자에게는 눈곱과 코딱지는 없었다.

명품 브랜드의 색조화장품이 피부에 ‘착’ 안착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자, 어제 만났던 두 남자가 소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는 가장 큰 홀 앞에서 멈췄다.


“오늘부터 근무하실 곳입니다.” 턱수염이 선심 쓰듯 말을 했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네요” 소영이 말했다.


“뭐랄까…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일입니다. 많은 수고가 필요 없는 일이죠”

턱수염이 말했다.


“시간을 일일이 보내는 건 힘든 일입니다. 대체로 슬픈 일이니까요. 감정 소모도 많고”

소영이 말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죠” 턱수염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소영이 그 뒤를 따랐고

말총머리가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홀의 공간은 양분되어 있었다. 소영을 위한 업무 공간과 숙식과 수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른 공간.


“평소에는 SNS나 미디어를 상대하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적재적소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시니

잘 맞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턱수염이 말했다.


“평소에는 그런 일을 하게 되는군요. 그런데 평소가 아닐 때가 있다고 들리는데요? 자주는 아닐 테고요”

소영이 말했다

“역시 이 일에 꼭 맞는 분입니다.” 턱수염이 짧게 웃었다.

“아무튼요” 소영이 말했다.


“대부분의 날이 평소가 될 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건 그렇고” 소영이 복창했다.


“아직 신을 믿고 계십니까?”


”조금 토라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습니다”


“신성은 존재합니다.” 그는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한랭전선의 남하로 내일은 훨씬 추워집니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네요” 소영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실체가 있는 인격화된 신성” 턱수염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수님이 그런 식이죠” 소영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신성”


‘사이비’라는 단어가 살짝 스쳤지만, 소영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지금 대목에서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소영은 생각했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그 신성이 얼마 전에 약간의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이

소영 님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질소 70%, 산소 20%, 당황스러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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