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O26

제 8-4 장 나 : 오히려 더 깊숙한 곳으로

by 올드한


에어버스 A330 KAL기체는 어느새 고도를 수평으로 유지했다.


속편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17세 소녀가 써 내려간 믿기 힘든 이야기!

이 어린 소녀는 소설 속에 묘사된 기이한 일들을 실제로 겪은 것일까.

아니라면 이 소녀는 그야말로 천부적 재능을 지닌 보기 드문 이야기꾼인 셈이다.

— 사에키 신이치로(교토대학원 교수), 『산케이 신문』


이 소설을 다 읽은 뒤, 잠시 주위를 둘러보라.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가?

— 후지마키 아키히코(와세다대학원 교수), 『마이니치 신문』


권위 있어 보이는 교수 두 명의 추천사가 나란히 실려 있었다.

짧은 서평이지만, 그 자체로 명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가로 보이는 어린 소녀의 사진과 문고판 책의 표지가 보였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나는 이 질문이,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이질적인 ‘커피 드시겠습니까’라고 느꼈다.


커피를 드시겠냐 아니면 얼굴에 바르겠냐.

혹은 이 커피를 당신이 마시지 않을 거라면 자신이 대신 마셔도 되겠느냐는 제안일까.

아니면, 데이트 신청인가.


문고판 책의 표지 때문에 잠시 사고가 엉망이 돼버린 것이다.


흰 두건을 쓴 조그만 난쟁이.

이틀 전 나를 짓눌러 산산이 부수려 했던 그 존재와 기묘하게 닮아 있는 삽화 때문이었다.


“네, 주세요”

진짜의 나는 여전히 그림에 붙들려 있었고,
껍데기 같은 나만을 먼저 보내 서둘러 대답하게 했다.


대답이 조금만 늦어져도, 외국인으로 오해받아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We have coffee and tea.”
라는 문장을 다시 들어야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그 사진에서 시선을 떼어 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나는 아직 그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현해탄을 넘어보자.

이 맥락없는 이야기가 과연 국경을 건널 수 있을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2O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