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장 소영 : 완벽한 기만이죠. 클라크처럼
만일 성공의 척도가 당황스러움을 마주한 횟수에 의해 매겨지는 것이라면,
나는 이제 성공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할 수 있어,라고 소영은 생각했다.
생각을 하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그 척도가 반드시 부나 명예, 행복이나 건강이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죽는 날에 나를 갖다 댈 때까지 죽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다.
그러니까 죽는 날까지는 살아야 한다.
그날이 오기 전에 먼저 죽지는 말고.
이게 말이 되는지 어떤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슈퍼맨이요? 오 맙소사. 그동안 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굉장하네요.”
턱수염은 가늘게 뜬 눈 안에서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번 굴렸다.
머리 나쁜 퍼그에게
‘앉아’를 가르칠 방법을 고민하는 표정일 수도 있고,
영리한 보더콜리를 보며
‘이 개가 혹시 나보다 똑똑한 건 아닐까’ 잠시 의심하는 얼굴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믿을만한 사람을 붙여 그 인물과 잠시 접촉시켰습니다.”
턱수염은 그게 너무도 당연한 절차였다는 듯 말했다.
“어디서요? 크립톤 행성에서요? 지구에서요?”
소영 역시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라는 듯 물었다.
“일본의 어느 호텔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위장에 문제가 있는 국어 선생 같은 인상이었다고 합니다.
완벽한 기만이죠. 클라크처럼.”
“저도…”
소영은 잠시 말을 고르다
“얼추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위장은 늘 조심해야 하는데. 가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금은 아련한 얼굴로.
턱수염은 다리를 꼬고 고개를 야간 비틀고 팔짱을 끼며 윗니로 아랫입술을 쥐어뜯었다.
반려견으로서 보더 콜리는 역시 녹녹지 않아라고 자책하는 견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