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 장 소영 : 창 밖에는 운명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을 것
자 오늘, 바야흐로 청명한 5월의 첫째 주 금요일 아침!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첫 출근을 한 날!
이 좋은 날에 그렇게 유쾌하다고 말하기 힘든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첫째로, 내가 여기에 불려 온 이유가 순전히 내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내가 중요 인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아무튼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또 하나, 저들은 나를 믿지 않는다.
여기서의 불신은 마음에 품고만 있는 개인적인 신념 같은 것이 아니라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모종의 액션이 뒤따를 게분명하다.
마지막 사실은 그의 근황에 관한 것이다.
여기가 가장 지독한 지점이다.
자존심 강한 내가 "지금 당장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을 삼켜야 했던 이유.
기절할만큼 궁금하다.
드러난 세 가지 사실을 머릿속에 열거해보니 문제는 명료했다.
그는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을 저질렀고,
그 일로 인해 나는 이 세계의 열차에 태워졌고, 열차는 막 출발 기적을 울렸다.
차장 밖에는 운명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을 것이다. 볼 살이 얼얼하도록.
나는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퇴근길, 마트로 들어가는 길 노천 모퉁이에 산나물을 펴놓고 파는 할머니를 보고
고사리와 쑥을 샀다. 마트에서는 쌀과 고추장 된장, 명이 나물 조림을 샀다.
뭐가 어찌 됐건 연봉은 껑충 뛰었다.
이제 더는 반찬과 군것질 거리를 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지는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그 짓을 하느라 마트에서 두 시간을 나오지 못한 일도 있었다.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명제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확실히 전자다.
식탐이 늘어났다기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먹는 것 외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사람들의 말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
생존이 유일한 이유라면 그렇게 맛있는 것을 찾아 헤매서는 안 된다.
더구나 포유류는 1일 1식이면 충분하다.
이 말을 전쟁통에서 쓴다면 꼭 맞는 말이다.
그럼 저 명제를 들먹이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식사란?
식사시간 종이 쳤기 때문에 먹는 것이다.
소영은 시간을 들여 고사리를 다듬고 나물을 무치고 쑥국을 끓였다.
나이 든 나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이유인지
몸이 좋지 않아 일찍 누웠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김 바다, 김 하늘, 김 한솔 세 명의 귀여운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아빠의 눈을 닮은 귀여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밥을 먹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 오지에서 살며,
평생 나오지 않고 다른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생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