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O26

제10-3장 나 : 어쨌거나 나는 행운이 간절한 사람이니까

by 올드한

그 직원과 인터뷰가 끝나자 여기자는 함께 온 사보 팀 남자 기자에게 눈으로 조용한 신호를 보냈다.

매서운 눈매를 가진 남자 기자는 오른손 네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다다닥 두드리며 일어섰다.

거슬리는 버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게 호텔 침대에서 벌어졌던 일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왔다.

특히 그 기이한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에 대해, 가능한 한 디테일하게.

나는 글 전반부의 세밀한 전개가 무색해질 정도로, 후반부의 그 대목만은 의도적으로 압축해서 썼던 터였다.


“아뇨. 그 죽음의 침상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걸 다시 문자로 옮기기 위해 애쓴다는 건… 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기자는 쉽게 물러나는 듯하더니 또 다른 제안을 던졌다.

다음에 또 이와 같은 글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가능하면 연재물로.

비용은 일체 부담하겠다며, 같은 호텔의 같은 호실에 한 번 더 가보는 건 어떠냐는 말도 덧붙였다.


방금 ‘다음에 또’라고 했나? 한 번이면 족하다.

아마 당신은 이 인터뷰 하나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타고, 특급 호텔을 혼자 사용했겠지.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너무 위험한 사상을 품게 된 거다.
공포 실화를 하이틴 로맨스물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이번 일을 계속 들쑤시다간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개의 안전벨트에 나와 같이 묶이게 될지도 몰라.

즉,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고양이가 땅속 깊은 구멍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 날 거라는 얘기다.

하루 종일 귀신 이야기를 하다 혼자가 되는 저녁이면,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공포를 조금 더 떠안은 채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게 될 거다.
적어도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 에티켓이 허용하는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여기자의 눈을 쳐다보았다.

똑 부러진 눈이었다.

혹독한 자기 훈련을 거쳐 좌절 없는 커리어를 만끽하는 삼십 대 여성의 자신감에 찬 눈.

더 낮은 계층—2인 1실의 호텔 방을 이용하는 계층—의 아픔에는 게으름을 운운하며 눈을 감고,

자신의 성공을 개인의 능력으로만 치부하는 눈.

거기까지 갔으면 되돌릴 방법은 없다.

삶이 무너져 내려도 자존심만은 끝까지 뾰족하게 솟아 있을 것이다.

키우는 반려동물이 개라면, 모르긴 몰라도 그 개도 자존심이 꽤 셀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두 명의 기자가 자리를 떴다.

행운을 빌 거라면, 좀 더 정성스럽게 빌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쨌거나 나는 행운이 간절한 사람이니까.


잠깐. ‘어쨌거나’라는 말.

시시하고 공감되지 않는 남의 말을 끊으려 저 기자가 방금 했던 말.

치파오를 입은 그 호텔 데스크 여직원도 했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저 여기자는 그날의 호텔 여직원을 많이 닮아 있었다.

함께 온 남자는 택시 기사를 닮아 있었고.


주위의 공기가 다시, 아주 조금 무거워졌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불길했다


'저 두 명은 일본 법인의 사보팀 기자가 분영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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