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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Feb 01. 2023

시 : 내 오랜 그녀

언젠가부터 차를 몰고 다녀 시선을 두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굽은 오르막길이 여긴가 저긴가 합니다.


3년을 함께 걸었고 헤어진 후 3년을 기다렸던 길.

참 많은 꽁초를 거기에 버려 댔습니다. 내 삶이 공평하지 않는데 

그 길바닥이라고 딱히 좋은 날만 보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거든요. 


그녀가 내리던 버스 정류장에서 스무 개피 담배를 피우며 매일 기다렸지만

 3년 동안 딱 세 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귀밑머리 넘겨주면 눈감아 사랑한다던 그녀의 희디흰 가르마 같은 그 길.

사랑이 끝난 후에도 그 비탈길 옆 대로를 버스로 지나칠 때면 아픔에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을 지나 눈 떠 봐도 여전히 그 길 옆이어서 많이 놀라곤 했는데요, 

너무 멀리서부터 눈을 감았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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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 살아 있으면 실체도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


그래서 참 많은 날들 참 많은 이들과 그녀를 얘기했는데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생명 없는 것만이 그렇게 생생하게 보이는 법이라고...


그래서 비로소 그녀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곤 나를 잊고 함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생은 포기했고 다음 생을 기약하고 있어’라고 너무 슬프지 않게...


오랜 시간이 무탈하게 지났고 내 터전과 생활도 다르 곳에 있지만,

 아직 그녀를 이렇게 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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