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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Apr 18. 2023

직접 겪은 괴기한 이야기 중 일부 #4

 

쿵 쿵 쿵 쿵 

         

침대가 격하게 요동치는 느낌이 있어 잠에서 깼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어디서 눈을 떴는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간밤의 경위를 더듬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제 주무시죠. 좋은 꿈 꾸시고.’      

그 직원은 이 마지막 말을 하고 일분이 채 되지 않아 바로 코를 심하게 골기 시작했었다. 

나는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반듯하게 누웠었다. 

어이없지만 그의 육중한 체구라면 아주 자연스러운 연속동작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꿈 꾸라고?  일단 잠을 잘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꿈꾸는 건 그다음 문제고.  예상대로 언제나 세상은 만만찮다.


그리곤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었다.     

내 사고는 그 정도를 진행했었고 그다음 나도 잠에 빠져 든 것 같았다.    

 

이거 혹시 꿈인가?       


현실이 가지는 밀도감. 즉 끈이 꽉 조여진 운동화 같은 정확함이 공간에 있는 걸로 미루어 꿈일 가능성은 소수점대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꿈속에서는 대체로 이게 꿈이라는 자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꼭 한번 자각몽을 꾼 경험이 있다.  

자각몽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거기서부터는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꿈을 꾸고 있는 감상은?               

 

비몽사몽간에  본  벽시계로는 새벽 2시. 

2라는 숫자에서 위태로운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방의 공기에는 불길함과 불결함이 가득했다.

 

그러는 중에도 침대에는 심한 타격감이 있었다.          

같이 자는 사람이 전 날 했던 멘트.     

'자기는 코골이와 몸부림이 심하다'라는 걸 기억해 내고는 그래 그거야 하며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행동을 관찰하던 내 전두엽은 자기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하여 ‘인지부조화’라는 단어를 솟구쳐 오르게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격렬하게’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어떻게든 사태의 진행을 재빠르게 따라잡을 필요는 차고 넘쳤다. 

뭔가 파탄이 나고 있다.

     

킹사이즈 침대 한 개.     

서로 뚝 떨어져서 중간에 공간을 제법 두고 잠들었었다.     

그의 거대한 몸집이라면 잠결에 휘두르는 팔 한 번이 내겐 고통이 될 수 있어 그 몸부림의 사정권을 벗어난 거의 반대편 끄트머리에 몸을 뉘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상황을 파악하려 좀 더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의 무지막지한 코골이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사람이 몸부림으로 심하게 움직일 때나  스스로  돌아누울 때면 잠시잠시 코골이를 멈추기 마련인데 그의 코골이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한 자세로 코만 신나게 골고 있다는 얘기다. 

그 말인즉슨, 이 격렬한 요동을 만들고 있는 주체는 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방에는 알 수 없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아니 모르겠다.  나는 저 정도의 덩치와 살을 가진 인간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바는 없지만 혹시 저 부류의 인간들은 코를 차분히 골며 뛰지 않을까.       

내 생각의 변속기어가 한 단계 더 높아지자 그만큼의 소음이 ‘윙’하고 귀를 울리는 듯했다.  

이 소리 역시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마음속에 울렸다.     

 

요동의 간격은 규칙적이었다.      

대략 1초마다 한 번의 타격.  요동의 발원지는 침대 중간.          

마치 누가 대형 스카이콩콩을 타고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로 예삿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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