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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Feb 22. 2020

앤틱을 누가 살까 06-공동묘지 앞에서  part2

벌써 20년!! 달고 쌉스름한 자영업분투기17

(앤틱상 초기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으니. 이야기를 뛰어넘어 에피소드 하나부터.

앤틱 장사 이어지는 이후에 이어. )


이 길 맞아?

휴게소는 안 보이는데?

여기 트래블럿지는 이렇게 마을 안쪽에 있나?

예외라는 것도 있으니까 일단 가보자.     


네비가 가라는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을 더 달려갔다.

이상하다. 아직 마을 안 이기는 한데 어쩐지 마을의 외곽 쪽으로 자꾸 나가는 느낌이었다.

200M 남았다니까 일단 가보자.

거의 우거진 숲길을 차체로 밀면서 계속 달리면서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네비 양을 믿어 볼밖에.     

드디어 목적지.

네비에서는 ‘You have reached your destination'

( 니 목적지에 다 왔단다..)

경쾌한 안내음이 새어 나왔고. 우리는 깜깜한 앞쪽을 응시했다.

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동시에 우리는 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그 마음의 공동묘지 입구였다.

오 마이갓.... 장소가 영국이라고 비명도 영어로 터지는 것이 신기했다.

와... 중세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같은데 보면

묘지 자체도 엄청 오래되어서 묘비며 장식물들이며 쓰러지고 황폐화된 진짜 무섭게 생긴 공동묘지.

딱 그런 공동묘지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달빛과 헤드라이트로 빛에 기괴하게 빛나는 묘비들은 밤인데도 선명하게 고색창연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는 말이 이런 느낌이구나... 아... 

애들 아빠랑 우리는 비명을 합창으로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어마어마한 후진으로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차를 돌릴 틈도 없었다.


단지 거기가 공동묘지 입구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당장 도망쳐 나오지 않으면

누가 뒷덜미를 낙꾸어채서 잡아갈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어지간하면 잘 흥분하지 않는 침착한 애들 아빠도 진땀을 흘렸다.


애들은 다행히 키가 작아서 공동묘지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냥 엄마 아빠가 혼비백산하는 모습만 봤음에도 충분히 무서워했고 나는 최대한 이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려 노력했지만 워낙 놀란 뒤끝이라 쉽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히 우리가 넣은것은 새로 지은 호텔 주소 였는데 어쩌자고 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곳이 1000년 묵은 공동묘지라는 말이냐.

네비뇬을 붙들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우리가 예약한 숙소의 휴게소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라 업데이트가 안된 네비에는 잡히지를 않았고 대충 그 근처 가장 근접한 번지를 잡아준 것이었다.

아... 돈 받고 빌려주는 네비인데 업뎃도 안 해서 달아주다니... 영국 사람들이 이러고도 어떻게 산업혁명을 해서 전 세계를 호령하는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나... 한심하고 놀랄 때가 많지만 네비 하나만 봐도 참... 이걸 쓰는 사람들이나 참 대단들 하다... 하고 놀랄 때가 많았다.      


네비에 나오지 않는 휴게소의 주소를 우리가 어떻게 찾아 간단 말인가.

아... 난감했다.

이럴 어쩌나... 불빛 하나 없는 시골마을의 오솔길을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을 태우고 어슬렁어슬렁 누구라도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세우고 물어보려고 돌아다니는데 천만다행인지. 문을 연 펍이 하나 눈에 띄었다.      

뭔가를 물어볼 데가 생겼다는 반가움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벌건 대낮에도 동양인이 돌아다니면 신기해서 쳐다볼 완전 깡 시골 영국마을에 애들까지 거느린 동양인 부부가 자정이 다된 시간에  들이닥쳤으니 우리도 공동묘지에 놀랐지만 그 사람들은 우릴 보고 놀란 눈치였다.  부어라 마셔라 하던 어른들은 물론 벽 난롯가에서 배 깔고 보드게임을 하던 동네 꼬마들까지 100가지 궁금증을 담을 눈으로 우릴 쳐다봤다.     

 

어디나 시골 인심은 있는지. 펍에 있던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서 우리 주소를 찾아 주었고

그 사람들이 합동으로 그려준 그림지도를 들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다시 고속도를 타기가 어려운 위치여서 간신히 휴게소 뒷담 쪽으로 접근하니까  저기 멀리 따듯한 침대와 다리 뻗을 우리 방이 있는  꿈에 그리던 트레블럿지 건물이 어른어른 보이기 시작했다.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이런 우라질.

담안으로 통하는 길이 없었다.

당연했다.


누가 고속도로 휴게소를 앞문이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오나.

불빛도 길도 없는 황무지를 이리저리 헤맨 끝에 우리는 허름하게 합판 같은 것으로 막아놓은 벽을 찾아냈고, 애들을 빨리 재우고 싶다는 부모의 바람이 만들어낸 놀라운 의지력으로 애들 아빠와 나는 힘을 합해서 그 벽을 살짝 옆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담벼락 근처가 다행히 평평한 공터인 데다가 땅이 그렇게 무르지는 않고 돌도 별로 없어서  우리는 차를 그 사이 틈으로 살살 밀어 넣으며 없던 길을 만들었다.

아.. 무슨 커다란 공룡을 작은 구멍으로 밀어 넣는 기분이었는데

누구한테 들키면 욕먹는 건 둘째치고 영국 법에 걸리는 일을 하는 건 아닌가 엄청 쫄아서 손발을 후들후들 떨며 기어이 휴게소 영토 안으로 우리 차를 밀어 넣는 데 성공했다.     

누가 보면 마치 벽에서 웬 자동차 하나가 돋아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일단 들어가서 휴게소 안에 평평한 땅을 밟으니 눈물이 왈칵 나올 만큼 행복했다.

아... 길이라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밤 12시가 다 된 늦은 시간에 달빛만이 어스름한 영국 시골마을에서 네비에도 없는 도로를 찾아 헤매이다보면 문명이라는 것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렇게 트레블럿지에 도착했고

차는 패인 도로와 풀숲을 헤치고 다니느라 긁히고 진흙이 좀 묻었지만 전체적으로 온전했다.      

우리가 숙소에 들어간 시간은 공동묘지 지점에 도착한 이후 벌써 한 시간 반이 더 지나있었다.

크지도 않은 시골마을 안에서 우리가 한 시간을 넘게 헤매고 다녔다는 것인데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영국 귀신에 홀렸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앤틱을 누가 갈까 06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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