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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Feb 26. 2020

앤틱을 누가 살까 07-영국출장

벌써 20년 !! 달고 쌉스름한 자영업분투기18

런던이나 대도시에 중간상들의 가격은 너무 비쌌다. 

유럽 골동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어떤 것은  지체 높은 양반이거나 그 양반의 애첩 정도가 쓰지 않았을까... 싶게 고급진 물건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그냥 세월의 때가 묻어서 이제는 인위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가 어려워진 그래서 가치를 가지는 골동 물건들도 있다.      

나는 주로 나무가구 위주의 생활용품들을 많이 들여왔고

그런 스타일들이 나랑 맞았다. 


청동조각이 공교롭고 앙증맞게 이쁘장한 장식소품들에는 어쩐지 눈이 안 가고

그냥 뚝뚝하게 생긴 어딘지 진국스러운 브라운 색감 나무들이 좋았다. 

자연히 그런 물건들을 찾아서 물어물어 골동 도매상들을 찾아서 영국 북부로 북구로 올라갔다.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영국의 중부지역인데 이 지역은 예전에 박지성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미드필더로 뛰기 전까지는 한국사람이나 영국 사람이나 서로 관심이 없던 지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박지성이 이후에 그 지역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을 친근하게 대하고 

우리도 맨체스터라고 하면 어쩐지 맘 좋은 친척 아저씨의 마을처럼 푸근하게 여기게 된듯했다. 

다 우리의 치송 팍 덕북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냥 내가 갈 수 있는 지역들에서 물어물어 하나하나 앤틱 샵들을 더듬어 다녔다. 

차도 렌트하고 제대로 도매상 꼴을 갖춘 것은 두어 번 더 출장을 가고 나서였는데 내가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오래 걸린 것은 한국인 가이드를 중간에 끼지 않아서인 이유가 컸다. 


대부분 지금도 그럴 텐데 한국의 유럽 골동 도매상들은 한국인 가이드 들을 중간에 세워서 다닌다. 영어가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물건 픽업을 위해 타고 다녀야 하는 밴과 드라이버를 구하고 물건을 컨테이너에 로딩해서 배 띄우고 수출입 통관하고, 이런 과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국도 사람 사는 나라니까 조금만 발품을 더 팔고 알아보고 이 사람 저 사람 건너 건너 소개받고 좀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 얼마든지 한국인 가이드를 중간에 두지 않을 수 있다.      한번 한국 가이드에게 커미션 주고 일 맡기기 시작하면 계속 그 루트를 따라야 하는데 거기서 추가되는 금액이 만만찮다. 

영국에는 지역별로 앤틱 페어 (우리식으로 말하면 앤틱 벼룩시장)이 많이 열리는데 거기를 한 번씩 쓸면 소품이며 가구며 쏠쏠하게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다.  

지금은 페어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점점 진짜배기 물건들이 많이 안 나오고 심지어 중국산 가짜들도 야금야금 점차 그 부스를 늘려가는 추세이지만 십수 년 전에는 페어의 인기가 대단해서 동도 트기 전엔 새벽 4-5시부터 도매 소매 손님들이 벼룩시장 장마당에 들이닥쳐서 장사꾼들 전도 다 펼치기 전에 맘에 드는 물건을 선점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난 그런 벼룩시장에서 나만의 헌팅을 들어갔다.      

넌 어디서 왔니? 어 난 여기서 두 시간 떨어진 **시에서 왔어

물건들이 좋다. 난 한국에서 왔단다 내가 가면 다른 물건들 볼 수 있니? 

도매상인데 한두 개는 안 살 거야. 네가 가격만 잘 준다면 나는 앞으로 너한테 돈을 아주 많이 쓸 수도 있단다. 괜히 한두 개 비싸게 부르지 말고 진짜 딱  받을 금액만 부르렴 그럼 나는 너를 앞으로 아주아주 예뻐할 거야.     

대략 이런 대화를  영혼 저 밑바닥의 마지막 애교까지 다 긁어모아서 종알종알하다 보면 의외로 쓸만한 도매상들의 정보를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영국 사람들은 얼굴 앞에서는 최대한 친절해서 (뒤돌아서서 약간 뒷다마 까는 것을 종종 보았다.) 자기 고객이  되겠다 싶으며 굳이 사돈의 팔촌의 친구의 장인어른까지 다 긁어모아서 나한테 못 붙여줘서 안달을 했다.


언젠가 벼룩시장에서 한참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영국에 물건을 하러 갈 때 여기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 딜러를 거기서 우연이 마주칠 때 이 사람들이 되도록 서로를 모른척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이 업종의 불문율인지 내가 마주친 사람들이 유난히 그런 것인지. 

처음에 반갑게 인사하려고 내쪽에서 다가가도 하도 뜨악한 얼굴을 하니까 굳이 싫다는 사람 붙들고 어색하게 한두 마디 던져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서 나중에는 나도 그만두게 되었다.      

아마 좁은 업계에서 자기가 물건을 하는 루트가 탄로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기보다 후배 딜러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입장에서 물건을 하는 것이 눈꼴이 시어서 그러려니... 생각하게 되었다. 예의 그런 분들은 약간 제비족같이 생긴 한국인 가이드를 데리고 다녔다.      


한 번은 영국 중부지역의 어느 벼룩시장에서 한국에서 꽤나 잘 나간다는 할아버지 딜러를 딱 마주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꼬박꼬박 이사장 이사장 하면서 인품 좋은 척. 인자한 척하시던 분이었는데 드넓은 벼룩시장 한중간에서 나를 딱 마주치더니 그야말로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 되면서 니가 여기 왜 있어?! 하면서 한국말로 소리를 꽥 지르는 것이었다. 

당황도 했지만 놀라기 이전에 반말이 더 충격적이라  저 양반이 한국서 앤틱 샵 하는 초자 딜러들을 다 자기 발아래로 보다가 여기서 마주치니까 놀랄 만도 하겠다. 속으로 웃기기도 하고 꼬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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