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인 Feb 21. 2020

앤틱을 누가 살까 05-
공동묘지 앞에서 part1

벌써 20년 !! 달고 쌉스름한 자영업분투기 16

(앤틱상 초기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으니. 이야기를 뛰어넘어 에피소드 하나부터.

앤틱 장사 이어지는 이후에 이어. )


아이들이 고생한 이야기 출장 다니며 황당했던 이야기를 풀자면 그게 또 한 보따리이다.      

이것도 코엑스에서 전시회 했던 그 비슷한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영국으로 바잉 출장을 떠났을 때이다.      

당시 우리는 남편과 내가 둘이 갈 때는 그냥 기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는 차를 렌트해서 이용했다. 


영국은 우리와 반대로 우핸들이라 사실 운전경력이 오래된 애들 아빠한테도 쉽지 않은 주행 상황이었다. 

네비가 영어로 알려주는 정보를 한쪽 귀로 들으며 생전 처음 보는 좌측통행도로를 달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아찔한 일이다. 

잠깐만 긴장을 놓으면 바로 우측 도로로 들어가서 마주오는 차 때문에 혼비백산 뒷걸음아 날 살려라 고속 후진으로 도망 나와야 하는 일도 많았는데 한 번은 애들 다 태우고 고속도로를 거꾸로 기어 올라가서 그야말로 10년 치 공포를 한꺼번에 목도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무모한 운전상황에서는 사실 히드로를 빠져나와서 내가 가고자 하는 지방도시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무사히 타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도전이 된다.  우리나라로 상상해보면 인천공항에서 나와서 경부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어찌 말처럼 쉽겠는가... 왕초보 생초보 목숨 초보한테 이건 핵융합 공식보다 어려운 숙제이다.

그날 우리가 그랬다. 그때가 처음이었는지. 아니면 사실 여러 번 경험을 해도 매번 낯설기 때문이라 그런지 여하튼 그날 우리는 공항 주변의 도로를 뱅글뱅글 돌고 또 돌았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당황되고 긴장하는 사람은 운전대를 잡은 남편인데 나도 겁나고 쫄린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계속 참 못된 타박을 하게 된다. 

아니.. 거기 아니고. 아까 거기로 나갔어야 하는데 왜 이리로 가.. 

기다려봐. 거기서 나가려는데 뒤어서 차가 왔다고.!!

그러면 기다렸다 나가야지 이리로 가면 또 어딘데!!!

뒤차는 빵빵대지. 길은 모르겠지. 날은 어두워지지. 뒷자리에 아들 녀석은 오줌 마렵다고 징징대지. 

울고 싶은 심정이긴 서로 마찬가지인데 운전석과 조수석은 둘 다 궁지에 몰린 토끼처럼 한껏 예민해진다.


히드로 공항 근처의 도로를 서너 바퀴는 돌고 돌아 멀미가 올라올 때쯤 우리는 공항 밖으로 진출하는 도로를 타려면 어디서 빠져야 하는지 겨우 알아냈다.   도로를 타는 게 어렵지 일단 올라타면 박자 맞춰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일단 첫 번째 고비는 넘긴 셈이다. 야호.

첫날 도착하는 시간이 대부분 저녁에 떨어지는 여정이라 우리는 다음날 우리가 가야 하는 도시 쪽으로 방향을 잡고 그 고속도로변의 적당한 숙소를 알아내서 일단 들어가서 좀 자고 기운을 차리기로 했다.      


앞으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다리 뻗고 쉴 수 있다. 

열 시간 이상 좁고 답답한 비행기 좌석에서 고생한 나도 나지만 이리저리 구겨져서 고생한 두 아이들을 빨리 넓고 편한 침대에 눕히고 싶은 마음에 나는 어서어서 목적지에 닿기를 기도했다.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네비상으로 도착시간이 20분 정도 남은듯했다. 

밤 시간의 영국 시골마을은 정말 어둡다. 

사실 고속도로라는 것이 발달해서 어쩔 수 없이 밤에도 차가 다니니까 거기 휴게소만 불을 켜고 영업도 하고 그러지 그 사람들 액면의 생활 패턴으로는 아마 밤에는 차도 못 다니게 하고 다 들어가서 자든지. 기절하든지 여하튼 그냥 통행금지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온 천지가 어둡고 조용하다.      

우리 차가 그나마 마을이라고 부를만한 지역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나는 헤드라이트에 비춘 마을 표지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집 밖으로 빛이 새어 나가면 벌금이라도 내는 규칙이 있는 것인지,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달빛에 비추인 윤곽을 확인하고야 거기가 집이구나, 여긴 길이구나, 아.. 아무도 없구나 알 수가 있었다. 

아무리 시골이지만 이건 심하다. 우리나라 시골은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싶었다. 

하긴 나는 한국에서도 거기에 비교될만한 시골마을에서 늦은 밤에 돌아다녀 본 적이 없으니까 어느 나라 시골이 더 어두운지 알 수는 없었다.      


여하튼 어스름한 달빛에 비춘 모습으로 대강  아... 우리가 사람 사는 마을에 들어왔구나... 했다.

    

근데 이상했다. 

우리는 다음날 이동이 쉽도록 고속도로 휴게도 안에 부설로 세워진 트레블럿지 라는 숙소를 이용하는데 그래서 대부분 진입로가 고속도로 휴게소 진입로를 이용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렇게 시골 마을 안쪽으로 길이 인도되는 것이 이상했다. 

작가의 이전글 앤틱을 누가 살까 04 -첫 영국 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