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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Feb 21. 2020

앤틱을 누가 살까 04 -첫 영국 출장

벌써 20년 !! 달고 쌉스름한 자영업 분투기 15

영국 출장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영국에 가서 직접 물건 할 수 있는 루트를 밤낮으로 염원을 하니 길이 엉뚱한 곳에서 열렸다. 

서초동 친정 근처를 드나들다 마침 그 동네서 앤틱 샵을 운영하는 김집사님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25년 옷수선집으로 서초동 모르는 사람이 없는  토박이 마당발이었고 옷 수선이라면 임금님 금치마라도 못 고칠 것이 없는 전문가였다. 그런 분이 어쩌다가 우연히 영국 앤틱과 인연이 닿게 되었고 마침 똘똘하고 공부 잘하는 딸내미 앞세워 영국으로 수입 길까지 나서게 된 특이한 이력의 앤틱상이었다.     

 

수선을 하면서 알게 된 부자 고객 명단 1000명이 이 집사님의 애지중지 신줏단지였다. 

이 집사님이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분이 자리를 튼 앤틱 샵 위치 때문이었다. 

당시 집사님의 수선집은 서초동 번화 가의 건물 주차장 주차  컨테이너 자리였는데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개발된 동네이다 보니 도로 폭도 넓고 그런 자리일망정 제대로 자리를 잡아서 언 듯 보면 천정만 조금 낮은 멀쩡한 가게 자리처럼 보이긴 했다.


하꼬방이 어떻게 생긴 방인지 본 적은 없지만 딱 그렇게 생긴 가게를 하꼬방이라고 부르겠구나... 싶은 그런 가게였다. 내부라고 해야 몇 평이라고 하기도 뭣한 손바닥만 한 공간이었는데 그나마도 중간을 잘라서 한쪽은 여전히 재봉틀을 걸고 수선 영업을 했고 나머지 반절에 영국 앤틱가구를 켜켜이 쌓아놓은 독특한 매장이었다.      

하지만 좁다 뿐이지 드나드는 차량들 돈 받으려고 도롯가에 바짝 지어놓은 자리라서 누구라도 지나가다가 뭐하는 덴가...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끝내주는 위치였다. 

지금도 교대역 사거리는 서초동에서 제일 번화한 동네인데 당시에도 개발 바람을 타고 천지 사방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던 핫 플레이스였다.           


길 건너에 바로 살림 집을 겸한 창고가 있었는데 급하게 개발된 동네에 꼭 하나씩 있는 개발의 바람이 홀로 비켜간 80년대식 낡은 양옥집 2층을 세내어 쓰고 계셨다. 

2000년대 초반 서초동 교대역 일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개발사의 화려한 획을 그었다 할 정도로 자고 나면 고층 건물 자고 나면 고층건물 천지가 날마다 개벽을 하던 동네 였는데 그 난리통 한가운데서 그 집사님의 하꼬방 가게와 앤틱 창고는 마치 갑작스런 음소거의 순간처럼 비현실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집사님한테는 공부 잘하고 똑똑해서 하루 종일 칭찬해도 부족한 삼 남매가 있었는데 그중에 유미씨라고 첫째 딸이 나서서 앤틱 수입사업을 돕고 있었다. 

영국으로 물건 하러 갈 때도 이 아가씨가 통역 및 길잡이를 하고 겁 없는 엄마가 돈다발을 들고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갑작스런 유럽 골동 바람에 집사님의 사업은 날로 날로 신바람이 났다. 


거래를 하다 보면 내가 이득을 보는 거래인데도 어쩐지 계속 이 사람이랑 사업을 하기 싫은 상대가 있고 내가 좀 손해를 보거나 나한테 별 득도 안 되는 관계인데도 이상하게 계속 만나고 싶고 돕고 싶은 상대가 있다.

나한테 집사님이 그런 분이었다.      


친해진 김에 일이 수월케 진행되어서 이래저래 일정을 맞추어 영국에 같이 가게 되었다. 

나도 일을 시작하면 밥도 잠도 잊은 만큼 몰두하는 스타일이지만 김집사님도 에지간히 일밖에 모르시는 분이었다. 당신 딸이 누굴 닮았는지 게으르고 잠이 많다고 항상 타박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딸들은 장사보다는 공부에 재주가 많았다. 같이 출장을 가도 내내 아침잠이 많다 밍기적거린다 빨리빨리 해라 해 넘어간다 집사님은 내내 재촉을 하고 딸들은 그런 엄마의 박자에 맞추느라 혼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영국은 우리와 시차가 반대이기도 하지만 워낙 일에 몰두하는 성격인 집사님은 같이 출장을 가서도 세시 네시 엄청 이른 시간부터 자다 말고 일어나서 오늘 어떤 물건을 하게 될까. 앤틱 창고가 몇 시부터 열라나... 어제 거기 그건 왜 안 샀을까. 다시 가서 살까... 아직 깜깜한 창밖을 내다보나 끊임없이 일 얘기하기를 좋아했다.      

못지않게 아침잠이 없고 일에 몰두하는 성격인 내가 그 새벽에 같이 깨서 그 푸념을 들어줬기에 망정이지 출장 갈 때마다 집사님이 매일 새벽 그 하소연을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여하튼 김집사님의 안내로 나는 이래저래 영국에서 앤틱 물건을 도매로 구매하는데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 안내받은 것은 내가 예서제서 구매한 물건들을  한테 모아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루트가 뚫렸달뿐 드넓은 영국 땅 여기저기를 뒤지면서 한국에서 팔릴만한 물건들을 모아 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내 정보와 발품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영국은 생각보다 넓은 나라였다. 

여행으로도 가봤고 학생 때 배낭여행으로도 가봤지만 골동 가구를 구매하러 돌아다니는 길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쓰던 물건들을 찾으려면  꼴짝 꼴짝 옛날 물건 팔만한 시골로 시골로 돌아다녀야 하듯이 거기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보다 옛날 물건 사고파는 문화가 대중적이라는 것만 좀 다를 뿐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을 일일이 발품으로 팔아야 싸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런던에도 이런 물건들을 거래하는 곳이 있었고 더러는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모아놓고 도매상들이 올 때마다 한목에 팔고 싶어 하는 한국인 중간상이 있다고도 듣고 또 언젠가 한 번은 누군가의 소개로 최 권사님이라고 하는 한국 아줌마네 집에도 들러서 내가 떼어 갈 물건이 있나 살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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