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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Dec 22. 2021

오늘 아들이 제대합니다.

군과 이별하는 아들에게.

오늘이 너의 마지막 군 복무 날이구나. 


살다 보면 세상 일에는 의외로 ‘확실’ 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확실하게 100년 해로하겠다고 신앞에 오지게 맹세를 한 부부도 헤어지는 날이 오고

확실하게 때려친다고 침 탁 뱉고 떠난 직장도 어쩌다 보면 다시 다녀야 하기도 하고

오만정 떨어졌던 고향땅도 늙고 병들면 갈데없어 돌아가기도 하고.

인간 일에 확실하게 마지막인 것은 별로 없더라.


근데 군대는 확실하게 오늘이 마지막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군필자를 다시 군대로 부르는 일은 없으니까.

여자가 결혼해서 첫 애를 낳는 게 인생의 큰 문 하나를 열고 나가는 기회라면

남자한테는 군대를 마치는 것이 못지않게 큰 일이라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 



그간 고생했고. 

애썼다. 

시간을 참아내느라 애썼다. 


붙잡고 늘어져서 길... 쭉 하게 만들 수 없는 게 시간이기도 하고

속 터진다고 빨리가라고 중턱을 잘라낼 수도 없는 게 시간이지.


우리는 매일 오늘과 이별하며 살지.

군 시절과 이별하는 밤이 되겠구나. 

인사 잘하고.

새로 시작되는 미래의 이별들을 

가볍게 시작해보자꾸나. 

안심해라.

이제 자다가 눈떠도 내무반 천정이 보일 일은 없으니까

ㅋㅋㅋ 


고생했다 임병장

고생해라 임한결


(어제 아들에게 카톡으로 남길 문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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