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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Mar 13. 2022

왜 이러냐...ㅠㅠ

되는 일 없는 하루의 끍적임.

아..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졌다.

출근길이고 그냥 또 그런 하루의 시작이던 참이다.    

  

일단.

내가 지지하던 대선후보가 떨어졌다. 속상하다.

급하게 팔려고 내놓은 엄마 아파트는 팔리지를 않는다. 더 속상하다.

내내 손님 없이 비어 있는 동네 조그마한 내 가게도 몇 달째 새 주인이 안 나타나서

아까운 월세만 까먹고 있고.

중국에서 새 물건이 다음 달에 들어와야 하는데

하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서 물건대로 줘야 하는 달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작년에 다 줘버릴걸. 딸라가 오를 줄 알았나. 더더 속상하다.

망할 푸틴.


오늘 아침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온 키우는 고양이 쌀이

목덜미를 만져보니 2주 전부터 마음이 쓰이던 지방종(뾰로지)이 두배로 커져있다.

며칠 지켜보면 스스륵 없어질 거다 했었는데

오히려 커진다. 이제는 동물병원에 가봐야겠다.

아... 고양이 동물병원 다니기는 코끼리를 미니 가방에 넣는 것만큼 성가신 일인데.

되는 일이 없다.      



그래도 지난주에 비해 고민이 하나는 줄었다.

창고 화장실이 이번 겨울 들어서 동파사고가 세껀이나 있었는데  봄이 되면서 한시름 놓았다


지난주 마지막 변기 동파까지.

엊그제 깨진 화장실 변기 교체 작업을 마쳐서 이제 창고에서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터지다 터지다 기어이 양변기까지 터졌다. 왜 우리 화장실만 시베리아?)


겨우 한 평짜리 창고 화장실에서

매설된 관이란 관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동파가  됐다

거기 관이 묻혀 있는지 알지도 못하던 벽에서까지 터졌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 그 짜증 났던 동파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터질게 다 터진 건지 날이 풀려서 더 이상 터지지 않게 된 건지.

여하튼 화려했다.


하루에 두어 번 들리며 거의 나 혼자 쓰는 창고 화장실을 건사하느라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차라리 창고로 들어오는 상수도를 아예 막아버리고 안 쓰면 안되나.

그런 고민하던 차에 그 상수도 관까지 터져서 기어이 포크레인까지 불러야 했다

이건 분명 몰카야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래?


음지에 북향으로 돌아 앉은 창고를 구할 때 이런 난리가 나를 기다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따숩게 남향으로 팔자 좋게 들어앉은 얄미운 옆 창고들은  절간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나만 난리였다

울고 싶었고 실제로 두 번째 화장실이 터지던 날 기어이 울었었다.      


그래. 돈은 잇빠이 들었지만 이 정도로 끝난 게 어디냐.

얼마나 더 속을 썩여야 속상해도 되는지 그 기준을 모르겠지만 씁쓸한 심정으로 ‘이 정도’를 감사해한다.   

더 짜증 냈다가는 더 큰 골탕을 먹을 것 같이 무서운 마음까지 들 정도로 이번 겨울 동파 스토리는 가혹했다.

   

화장실 동파 사건이 마무리된 것 말고는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안 되는 일마다 일일이 속상해하나.

다 잘되어가고 안 되는 일이 몇 가지 안되니가 그게 더 속상한 건가?

남들을 어떻게 사나?

다들 괜찮나? 나만 이래?     

이래서 괜찮고 저래서 괜찮고. 혼자 엉망진창 같은 속을 달래느라 머릿속으로

정신승리 시리즈를 써본다.

내가 가진 복을 세어 보고 성경구절도 읊조려보고.

엉뚱하게 즐겨 듣는 법륜스님 법문도 찾아 듣고. 힌두신 알라신도 찾을 판이다.     


여하튼. 시간은 가고 있다.

그것이 하나의 희망인가.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유일한 확실이니까.

확실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어서 아예 망해버리든. 이러다 기적적으로 하나씩 해결이 되든 몇 년이 지나면 다 해결이든 뭐든 되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멀쩡해졌다가 베베 꼬였다가를 반복한다.

웃기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래도 오늘 비가 온다.  다행이다. 강원도에 좀 더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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