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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Jan 10. 2022

빈 둥지 증후군

새도 안 하는 짓

이름을 참 잘 졌다.      

‘빈 둥지 증후군’     


남들 할 때 결혼하고

남들 할 때 애를 낳고

그러다 보면 대략 50줄에 들어설 때쯤

여자는 주로 밖에서 바쁜 가족들 때문에

집안에서 혼자 ‘빈’ 집을 지키며 시간을 보낸다고.

그래서 외로워지면 그래서 우울해지면

그걸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한단다.

    

나는 별로 그럴 일이 없다.

개인사도 있고

나도 밖에 일이 바쁘기 때문에

내가 ‘빈’ 집을 지키며 비어 가는 둥지를

허전해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럴 줄 알았다.


여기서 말하는 '빈 둥지'가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그랬다면 쉬웠을걸.

이건 마음의 문제다.

훨씬 어렵다.

내 무릎 근처에서 고물거리던 자식들이

집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얼굴이 훨씬 환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누구나 빈 둥지 증후군 그 쓸쓸한 서막이 시작된다.     


자식은 독립을 시키기 위해 키우는 것이라는 것은 

지당한 말이다.

이제 할 일 다 했으니 내 인생 멋지게 살아보리라라는 야무진 계획도

헛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근사한 시도다.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다만 그래도 저래도 쓸쓸한 맛이 전혀 없지는 않다.

쌉싸름한 맛에 먹는 고급 초콜릿처럼

빈 둥지의 고적함을 댓돌처럼 딛고 시작되는 중년 아줌마의 인생 마이웨이는

그렇게 등 떠밀리듯 시작된다. 대부분.     


막내는 언제나 엄마 바라기였다.

개인적 사정 때문에 막내는 대여섯 살 무렵부터 몇 년간 내가 키우지 못했다.

엄마가 항상 옆에 없으니 엄마가 감질났겠지.

만나면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나는 그걸 옆에 끼고 다니고 끼고 자고

끼고 여행 가고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 덕에 오히려 더 내내 내 마음에 꽁꽁 묶다시피 살았던 것 같다.      


엄마 고파 증상이 어느 정도 가시길래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는 엄마가 오든지 가든지 뱃속부터 우러나오는 엄마!!! 외침이 아니고

부드럽고 인사성스럽게 어머니~ 하고 나를 맞고 보낸다.


우리 아들 다 컸네.. 그러면서 돌아선다.      

언젠가부터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폰으로 친구들과 톡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친구와 카톡을 하는 아이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이제 그 카톡창 안에 그 아이의 '엄마!!!'가 거기 들어 있구나.. 깨닫는다.

마지막 애기 새가 둥지 끝에 서서 저 높이 창공을 쳐다보고 있다.

눈길이 머무를 꼭짓점이 없어서

더 아득한 하늘을 한번 봤다가

바로 옆에 자기를 우러러보고 있는

애미 얼굴 한번 봤다가

그렇게 대가리를 왔다리갔다리

한참동안 정신없던 애기 새는     


어느 한  순간.


가느다란 다리에 힘을 한번 푹 주고는

한 번도 그렇게 열심히 퍼득댄 적 없는 날개를

죽자꾸나 휘저으며 둥지를 박찬다.


먼저 날아간 형 새들과 똑같이

방향도 힘도 제멋대로

다만 날개야 부서져라 사력을 다해 펄럭인다.

떨어져 죽거나 창공으로 솟아오르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이 찰나로 지나가고.

이내 대부분의 새들처럼

온몸의 근육이 마땅한 리듬을 찾아

안정적으로 날아오른다.      


그렇게 날아가는 새가 둥지를 뒤돌아 보며 날아가는 경우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날아가는 아기새를 쳐다보지 않는 어미 새도 본 적이 없다.  

    

첫 비행이니 지도 놀라서 조오기쯤 날아오르다가

아.. 내일 다시. 를 외치며

돌아오는 녀석은 가끔 있으리라.

하지만 오늘 안 날아가겠다는 것일 뿐.

내일이든 모레든 결국은 간다.      


혹시 어느 동물학자가 이런 거 본 적은 없나?

날아가는 아기새의 꽁지를 어미새가 덥석 붙들고 늘어져서

엄마 심심하니까 나랑 조금만 더 있다 가자.

너 아직 날개가 덜 여물었어. 아직은 안돼.

이러는 철없는 어미새 봤다는 기록 없나?     


새도 안 하는 짓을 하지는 말자.


날아가는 아기새 꽁지 물어 주저앉히는 어미새를 봤다는 동물학자가

나타나기 전에는 나도 주리를 틀 듯 참아야지.


친구한테로 세상으로 푸드득 날아가는 자식들한테

‘오늘은 뭐해?’ 이거 좀 그만 묻자.

카톡이 온통 애들이다.

답 빨리 안 한다고 닦달하는 것도 이제 그만 하자.

ㅋㅋㅋ


잘 안될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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