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다

by 바인

엄마가 돌아가셨다.
지난 2월 13일.

오랜동안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엄마이자. 나의 관찰자이자. 또한 귀찮은 참견쟁이 셨던 내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엄마 나이는 87세셨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아이고.. 자식들 더 안괴롭히고 조금 앓다 잘 가셨어. 그정도면 딱 호상이지..'라는 말을 한다.

내가 안아프고 딱 좋을 만큼 살고 가셔 서 다행이죠. 라고 인사치레로라도 맞장구를 쳐드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식들 안괴롭히고 90 전후에 며칠 앓다 죽는게 얼마나 큰 복인지에 대해 침을 튀어가며 열변을 토한다.
솔직히 나자신도 대부분 동의하니까 서운하지도 고깝지도 않지만 내 마음속 한구석에선 쌩하는 바람이 쓰윽 지나가는건 어쩔수 없다.

언젠가 부터 노인이 쉽게 돌아가시는것을 아기가 순산으로 태어난것처럼 장하고 다행한 일로 서로 인사하는 경우가 많다. 동의도 하지만 귀에 착착 붙지 않고 가슴 한쪽이 서운한것은 어쩔수 없다.

돌아가시고 처음 얼마간은 실감도 안나고 그냥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것 같아서 맹숭 맹숭헀다.
49재 무렵에는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얼마나 귀찮아 했나... 솔식한 고해성사가 마음속에 슬머시 퍼져서 슬퍼하는것도 그리워하는것도 아닌 텅빈것 같은 마음이 되어 그것은 그것대로 또 불편했었다.

이제 100일 무렵이 되니 가슴속에서 불편하게 뭉쳐있던 감정의 묵은 덩어리들이 쑤욱 다 어리론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우리 삼남매를 평생 사랑하셨던 그래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맑은 정신으로 우리랑 눈 맞춤을 해주셨던 엄마의 웃는 얼굴과 따듯한 영혼만 계속 떠오른다.
어제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작은 집을 팔아서 마치 엄마의 마지막 육신을 넓은 빵으로 구워서 삼남매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듯 깔끔하고 순탄하게 그 돈을 나눠 가졌다. 마지막 엄마를 꼴깍 삼켰다.

당연한데 당연한게 너무나 불편한 그 모든 일들이 지난 100일간 이루어졌다.
엄마가 없다는것. 내 생에 50년동안 숨을 쉬느것 만큼이나 당연했던 엄마라는 존재가 소멸했다.
지난 100일은 그 사건을 다층적으로 다각도로 바라보며 통곡이든 낄낄이든 질질 짜기든 다양한 방법으로 엄마를 내 가슴에 묻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여전히 내 가슴에서 새로 태어나시고 새로 돌아가신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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