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 갱년기

죽지도 않고 또왔네

by 바인

심한 갱년기 증상이 다시 돌아왔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이 난리다.


더웠다 추웠다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난 7월 급하게 원래 살던집보다 반절이나 적은 집으로 이사를 온것도 이번 여름 갱년기 폭발의 한 원인이 된 듯 싶다.

집이란게 늘려갈 땐 룰루랄라 지만 한평이라도 줄여서 이사를 할려면 이렇게 폭장이 터지는 법이다.


그러려니 하지만 너무 더워서 밖에도 못나가고 취미삼아 줄창 해오던 동네 한바퀴 조차 못하는데 집안마저 좁아지니 갑자기 작을 닭장에 처박힌 늙은 암탉처럼 느느니 짜증이다.


하필이면 여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좀 꿈직거려 볼까.. 생각하다가도 우선 창밖에 사정이 어떤가 눈치를 보게 된다. 해가 쨍쨍해서 아침부터 창문이 이글거리면 얼굴이라도 그 유리에 쳐박아서 화상이라도 입는것처럼 미리부터 마음이 오그라든다.

오늘 나갔다가는 저 햇빛에 마른 오징어처럼 쪼글쪼글 구워지고 말걸.

미리 집어 먹은 겁은 내 소중한 하루의 시간을 이렇게 허망하게 없애버린다.


생리도 두달 째 끊기고 양도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갱년기 진단법은 각잡고 제대로 풀지 않고 문항들을 대충만 훑어 봐도 고득점이 예상된다. 나이로 보나 증상으로 보다 이제 도망갈수 없는 중년 아줌마이고 갱년기 환자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아파서 못살겠다.

80대 할머니들이 인생에서 제일 아프고 힘들었을 때가 50 막 접어들어서 갱년기 시작될 때 그렇게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고 했다고 70,80 쯤 되면 훨씬 살만해 진다고 경로당에서 60대 신입할매들을 상대로 일장 연설을 한다고 하시던데 그 말이 맞나보다.

우리 엄마도 살아 생전에 나를 안쓰러워하셨다.


뭐던 고개를 넘을 때가 힘든 법이다

고내 넘어의 평탄하고 혹은 조금 벅찬 내리막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객마루 넘을 때의 고통만 하랴.


일단 넘어가 보자.

고갯마루 정상 위에서 탱자탱자 좀 쉬어가는 여유를 부리든 휘딱 빨리 넘어서 내리막길을 꼬맹이들 미끄름 타듯이 날아갈 듯 내리달리든 그건 그때 생각해보자.


일단 기운을 내고 기를 쓰고라도 이 고갯길을 넘어가 보자.

안가고 주저 앉을수도 없는 인생이라는 산행이다. 안 참으면 어쩔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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