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들어오니, 연말 결산이라 하며 선물이 하나 들어왔다.
무엇인가 보니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의 흔적을 통계로 내어준 것이었다.
선물이라면, 선물 상자 안에 거미 모형이 들었어도 놀라면서 행복해지는 것이 선물 아니던가.
게다가 음식도 자극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제목도 하도 자극적으로 뽑아대서인지, 많이들 읽어주셔서 감사했는데 무려 브런치도 '상위 5%', '상위 1%'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나에게 선물을 주니 기분이 어찌 안 좋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나머지 항목도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꽤 재밌는 것 같다. 부기장 나부랭이 매거진의 취지에는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이런 선물에도 기분이 좋아 들입다 핸드폰을 들어 글을 써대는거 보니 나부랭이가 맞는 것 같아 약간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ㄱ. 2년 차 작가 : 벌써 2년이 되었나. 글 쓴 지 한 1년 된 것 같은데 가입 한지가 2년이 되었나 보다. 게다가 '작가'라는 호칭이 약간 어색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아, 차라리 2년 차 나부랭이 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ㄴ. 승무원 전문 : 아, 정말 이 부분은 할 말이 많다. 이따금씩 글에 승무원이라는 단어를 쓰면, 가끔 너가 무슨 승무원이냐고 조종사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데, 조종사도 승무 일을 하기에 승무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운항승무원이고,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기내에서 직접 마주치는 분들은 객실 승무원이라고 한다.
하기사 승무원이라는 단어는 글에 많이 들어갔으니 그렇다 쳐도, '전문'이라니.
프로필 자기소개에도 썼듯, 전문성은 철저히 배제한 채 웃기려고 작정한 글들이라고 소개를 했건만, 전문이라니.
웃기기로 작정한 글에서 조금은 차분하고 전문적으로 써볼까도 잠깐 고민했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그냥 웃기려고 작정만 계속해야겠다.
ㄷ. 발행 글 80+ :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똥글을 썼나 싶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꽤 모였나 보다.
ㄹ. 뉴적 뷰 33.8만 : 정말 감동이고 감사하게도 이런 똥글에 발자취를 남겨주신 숫자가 33.8만이라니, 봐주신 모든 분들의 신발에 나의 글이 덕지덕지 묻지 않았길.
ㅁ. 구독자 상위 5% : 아 정말 이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살면서 내가 상위 5%를 해본 적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공부로 따지자면, 우선 전교는커녕 반에서 상위 5%를 해본 적도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과천에서 하는 미술 사생대회에 나갔을 때도 참가상을 받았으므로 상위 5%가 아니다. 아, 군대 훈련소에서 빨리 씻는 건 1등이었지만 이건 좀 더러울 수 있으니 나의 커리어의 품격을 위해 배제하기로 하고.
아무튼 살면서 내가 어느 집단의 5%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무려 구독자로 상위 5%를 달성했다니.
스스로 너무 뿌듯하고 대견해서 오늘은 소고기를 먹을까 했지만, 곱창이 땡기므로 소고기는 다음에 먹도록 하고.
ㅂ. 라이킷 상위 1% : 이것도 역시 내가 어그로성이 풍부한 제목을 쓴 탓이었을까, 이따금씩 글이 daum 메인에 뜨거나 카카오 채널 상위에 랭크가 되어 사람들이 많이 봐주러 오신 덕분에 상위 1%를 찍어봤다.
아 정말 똥글에 like it을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어그로성 짙은, 웃기기만 하려고 작정한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망고 파일럿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제일 기분이 좋았던 것은 결산 페이지 가장 위에 적혀있는
수고했어, 올해도!
라는 문장이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지만, 내년에 더 좋은 일이 있기 위한 액땜이었다 생각하고,
이만 리뷰를 마친 나부랭이는,
초심을 잃지 않는 어그로성 짙은 제목을 대문짝만 하게 남기면서
이만 총총총..